[사설] 성과연봉제 폐지, 호봉제 철밥통만 신났다

입력 2017-06-18 17:48
전임 정부가 공공 개혁을 목적으로 도입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결국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대한 임금동결 등 벌칙을 없애기로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때 가점을 주던 경영평가 항목도 삭제했다. 또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물론 노사가 합의한 기관도 노사 자율로 임금체계를 다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119개 공공기관 대다수의 임금체계가 조만간 연공서열 중심의 과거 호봉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무 능력과 무관하게 근속 연수에 비례해 매년 호봉이 올라가는 임금구조를 선호하는 노조들이 회사를 압박할 게 분명해서다. ‘노사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소송을 내 이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물론 예금보험공사, 한국전력 등 노사 합의로 이 제도를 도입한 곳들도 예전 호봉제체계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공공부문 개혁 후퇴가 불가피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神)의 직장’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 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다. 정책 오류를 수정하는 차원을 넘어 제도 자체를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공서열이 아니라 직무의 중요도나 난이도를 기준으로 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무급제는 업무에 따라 근로자 서열이 나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와는 차원이 다른 노조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1곳에 불과했다. 공공기관들의 획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부기관 재직자 가운데 근속 20년 이상 비중이 24.1%로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이들 중 간부급(1~2급)을 뺀 직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호봉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81만 개 공공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에 앞서 공공기관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구조를 깨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