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9개월 만에 변경
검찰 수사 급물살 탈지 주목
[ 이지현 / 구은서 기자 ]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했다. 사망진단서를 9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수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병원 부원장·신장내과 교수)은 15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망의 종류를 지난 14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 급성신부전, 급성경막하출혈에서 급성신부전, 패혈증, 외상성경막하출혈로 변경됐다. 외부 충격에 의해 뇌 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겼고 이로 인한 세균 감염 등이 생겨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수정한 것이다.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에 실려온 백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당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는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에게 의견을 물어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하고,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했다.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고인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했지만 “주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뒤늦게 사망 원인을 수정하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진단서 수정을 위한 논의를 했지만 (주치의 개인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강제성을 가질 만한 근거가 없었다”며 “지난 1월 고인의 유족이 진단서 수정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병원이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고 윤리위원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하면서 고인의 사망진단서 작성 문제가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대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인 수정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쏠린다. 백씨 가족 등은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상) 등으로 고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가 수사를 진행해왔다.
백씨의 아내와 자녀 세 명은 작년 3월 정부와 경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총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현재까지 여섯 차례 변론이 열렸고, 다음 재판은 내달 21일이다. 유족은 올 1월 주치의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도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별도로 냈다.
이지현/구은서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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