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24억달러 선박펀드'

입력 2017-06-08 18:04
수정 2017-06-09 05:34
첫작품 대우조선 - 현대상선, 유조선 10척 본계약 무기 연기
무역보험공사 "보증 못해" 반대

참여기간 조율 없이 졸속 추진…해양플랜트 설계회사 설립도 불투명


[ 안대규 기자 ] 총 24억달러 규모인 선박펀드 가동과 해양플랜트 설계회사 설립 등 조선·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시장과 소통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시행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월 현대상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 10척(옵션 포함)의 건조의향서(LOI)를 맺었지만 본계약 체결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대상선이 정부 선박신조프로그램(선박펀드)의 도움을 받아 발주하기로 했지만 펀드 조성에 보증을 서기로 한 무역보험공사가 보증 조건에 반대하면서 펀드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펀드에 대한 보증 조건을 놓고 무보와 금융당국 간 이견이 생기면서 대우조선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초 다음달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이 최악의 경우 해를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는 작년 10월 총 24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사의 대형 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국내 조선사에도 일감을 주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무보는 펀드의 60%가량인 선순위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기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참여 기관 간에 충분한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 현대상선 측은 선박펀드 지원을 매개로 대우조선에 VLCC 10척의 건조 자금(약 9000억원)을 다섯 차례에 걸쳐 20%씩 순차적으로 나눠주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행대로 최종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을 몰아주면 건조 도중에 대우조선의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보는 관행대로 △인도 전 40% △인도 후 60%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선박을 인도한 뒤 보증을 서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무보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인도 전 선수금에 대한 보증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작년 선박펀드를 구성할 때부터 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박펀드 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펀드를 통해 선박 건조를 추진하던 폴라리스쉬핑, KSS해운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는 무보의 건의를 받아들여 선박펀드 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3월 말로 예정됐던 해양플랜트 설계회사 설립도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 5개 사는 고부가가치 설계시장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권유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부문을 축소하기로 하고 출자회사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추진 주체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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