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화학이 중심축
전기차 배터리 집중 육성, 2025년 시장점유율 30% 목표
연말께 유럽에 공장건설 계획
포장재 등 고부가제품 확대, 중국에 '제2 SK종합화학' 추진
동북아·동남아·중동 '3동' 시장 원유 공동조달 사업모델 개발
석유개발사업 본사 미국 이전, 셰일오일 생산 역량 키우기로
[ 김보형 기자 ]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역대 세 번째다. 저유가에도 주력인 원유 정제를 통한 석유 사업과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거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경영철학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1950년대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5년이었지만 현재는 15년에 불과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코닥과 모토로라처럼 SK도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해 왔다.
배터리·화학 집중 육성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화학 사업을 앞세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딥체인지를 뛰어넘는 ‘딥체인지 2.0’을 신경영전략으로 삼아 세계 최고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잘하고 있는 것(석유·윤활유·석유개발)은 훨씬 더 잘하고 안 하던 것(배터리·화학)을 새롭게 잘하는 것이 딥체인지 2.0의 핵심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배터리와 화학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지난해 말 기준 1.1GWh(기가와트시)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키워 2020년 연간 10GWh, 202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엔 110GWh, 2025년엔 300~1000GWh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2018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2020년엔 7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도 개발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충남 서산 공장에 2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독일 다임러사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연말에는 유럽에 3GWh 규모의 신규 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화학 사업은 국내 생산과 기초 화학제품 중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와 자동차용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 나간다는 방침이다.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현재 마무리 단계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M&A도 포장재 분야 확장 전략 중 하나다. 에틸렌 아크릴산은 고부가 화학제품인 기능성 접착 수지 중 하나로, 알루미늄 포일 등 포장재용 접착제로 주로 활용된다. 중국에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중국 마케팅 역량을 높이는 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에 제2의 SK종합화학을 만들겠다는 전략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화학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복안이다.
동남아·중동 시장 석유 사업 확대
고유 사업 분야인 석유와 윤활유, 석유개발은 엑슨모빌 등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찾기로 했다. 중국 최대 석유 회사인 시노펙과 손잡고 만든 중한석화와 같은 합작사 설립은 물론 적극적인 M&A도 추진할 방침이다.
석유 사업은 동북아와 동남아, 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 시장에서 생산과 마케팅, 거래를 연계하는 모델을 개발한다. 이들 지역에선 원유 공동 조달과 반제품 교환 등도 추진한다. 공장 최적화 운영 능력을 기반으로 신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크로노스’를 통해 원유 가치를 분석하고, 5만여 개의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유 조합 비율을 찾아낸다. 공장 운영 능력이 부족한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윤활유 사업은 고급 윤활유의 핵심 원료인 그룹Ⅲ 기유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 낸다는 목표다.
석유개발 사업은 원유 탐사를 진행 중인 베트남에서 생산과 개발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셰일오일 개발도 확대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셰일오일 유전 운영권을 갖고 셰일 자원을 생산하고 있다. 연초에는 석유개발 사업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셰일오일 생산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진검승부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알파’를 갖추는 방향으로 딥체인지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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