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방황 끝에…'힘센' 자영이로 거듭났죠"

입력 2017-05-26 19:13
수정 2017-05-28 09:39
긴 침묵 깨고'매치퀸'…화려한 부활 알린 김자영

2012년 3승 거두고 내리막길…작년 상금 57위 시드 잃을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
하루 팔굽혀펴기 150개로 상체 근육 키워 균형 잡아
드라이버 거리 248야드 회복

조만간 JLPGA에 도전장


[ 이관우 기자 ] “평상복 차림으로 카페에 갔는데 커피를 마시던 분들이 사인을 해달라는 거예요. 아! 진짜 내가 뭔가를 해내긴 했구나, 그때 확실히 실감이 나더라고요.”

5년 만에 ‘매치퀸’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김자영(26·AB&I)은 주변의 달라진 반응이 여전히 낯선 듯했다. 하긴 자신도 놀란 변화다. 파죽지세의 7전 전승. 그것도 ‘골프 여제’ 박인비를 결승에서 잡는 파란을 일으켰으니 그럴 만도 했다. 김자영은 “잃을 게 없는 제가 상대적으로 유리했고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꿈같은 1주일을 보낸 그를 25일 서울 논현동 소속사(갤럭시아SM)에서 만났다.

팔굽혀펴기 하루 150개…근육량 ‘부쩍’

2012년 그는 두산매치플레이를 포함해 3승을 쓸어담으며 ‘골프계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단아한 그의 매력에 빠진 많은 아저씨 팬이 대회장마다 구름처럼 몰렸다.

하지만 이후 그는 내리막길만 걸었다. 5년의 침묵을 깨기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이 3위다. 지난해엔 시즌 상금 57위로 하마터면 시드까지 잃을 뻔했다. 250야드에 이르던 드라이버 비거리가 230야드대로 쪼그라들었다. 투어 안팎에서도 “우승하기엔 2%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이 슬금슬금 나왔다.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렸어요. 알고 보니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체력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스윙을 뒷받침해줄 토대가 부실해진 것이다. 하루 150개 이상의 팔굽혀펴기와 1주일에 4~5회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 강화에 들어갔다. 근육량이 3㎏ 넘게 늘었다. 필라테스 강사인 친언니(김여진)의 도움으로 유연성도 키웠다.

그는 “하체는 자신있었는데 상체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균형이 깨진 게 컸다”며 “팔굽혀펴기로 몸통 속에 있는 코어 근육이 좋아지면서 스윙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 의식하지 말자”…나만의 게임 몰입

올 시즌 김자영은 드라이버 비거리 248야드로 전성기 때의 ‘컴퓨터 장타력’을 회복했다. 그의 드라이버는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페어웨이 적중률이 1위, 올해가 9위다. 3승을 올린 2012년보다 ‘히팅 능력’이 훨씬 좋아졌다.

빨리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 자신을 지나치게 다그치는 ‘완벽주의’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밸런스였다. 체력과 스윙, 여유가 맞아떨어져야 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쟁쟁한 강적을 연파한 비결이다. ‘글로벌 스타’인 박인비를 제압할 수 있던 것도 마찬가지.

“모든 샷이 다 정확한 인비 언니는 산 같은 존재예요. 리듬과 템포가 워낙 좋고, 힘들이지 않는 스윙도 갖추고 있어서 같이 경기하면 저절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죠. 그래서 결승전 때는 아예 (인비 언니의 경기를) 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그게 제 플레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결과는 따라오는 것…최선 또 최선”

그는 지난해 4월 처음 인연을 맺은 강아지에 푹 빠져 있다. 직접 지은 이름이 ‘우승’이다. 우승이를 만난 이후 성적은 물론이고 마음의 평화까지 찾아왔으니 그의 말대로 ‘복덩이’다. 그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팬클럽인 자몽회에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면서도 “우승이도 진짜 큰 힘이 됐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올 시즌 2승을 추가하면 ‘어게인 2012’다. 욕심이 나진 않을까.

“한 번 겪어봤잖아요. 매달린다고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다치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만 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김자영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조만간 일본 무대(JLPGA)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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