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받을만하네"...달라진 요즘 예비군 훈련

입력 2017-05-26 18:08
수정 2017-05-26 19:25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북한의 핵공격 준비가 감지됐습니다. 전 장병들은 지금 즉시 지하 대피소로 이동해주십시오!”

지난 24일 오후 3시 강원도 춘천의 한 동원예비군 훈련장. 훈련 상황이 벌어지자 예비군 병력들과 현역병들이 신속하게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훈련 담당 간부는 북한 핵 공격에 어떤 대비태세를 해야 하는지 열성을 다해 설명했다. 160여명 예비군의 눈빛이 어두운 지하실 가운데서 빛났다. 동원예비군 훈련 2일차 풍경이다.

기자는 지난 23일부터 25일 강원도 춘천의 모 부대서 실시한 2박 3일 동원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1년만에 달라진 부분이 많았다. 훈련의 군살은 빠졌고, 북한 핵미사일 등 안보 이슈도 반영됐다. 다만 여전히 적은 보상비는 아쉬움을 남겼다.

입소절차는 신분확인→건강상태·복장 점검→분류→소지품(휴대폰) 제출로 이뤄졌다. 입소 과정에서 예비군들은 “너무 멀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관악·송파·동작·강남구 등에서 소집돼 100㎞ 넘는 거리를 2시간씩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도 한 곳을 기점으로 운행하는 탓에 일부 예비군은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와야 했다.

불만은 금세 줄어들기 시작했다. 훌륭한 생활 환경과 간부 및 현역병들의 따듯한 태도 덕이었다. 8명 가량이 생활하는 생활관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에어컨과 온수는 24시간 이용 가능했다. 지나갈 때마다 “불편한 것은 없으십니까?”라고 묻는 간부들의 친절도 한몫했다.

훈련은 효율적이었다. 포병·운전병 등 각자 현역 시절 맡았던 보직에 따라 전시 임무를 부여 받고 집중 훈련을 하는 식이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훈련도 북핵 등 안보 이슈를 반영한 ‘최신판’이었다.

급식의 질도 훌륭했다. 매끼 마다 5찬 이상이 제공됐다. 비선호 반찬을 다른 방식으로 조리해 추가반찬으로 제공하는 지휘관의 배려도 돋보였다. ‘군대밥’이 맛없어 영내마트(PX)에서 사먹는다는 것은 옛 이야기가 같았다.

휴대폰 사용은 엄격히 제한됐다. 일부 시간에 제한된 장소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보안 때문이다. 첫날엔 예비군 1명이 휴대폰을 몰래 쓰다 걸려 강제퇴소됐다.

예비군 훈련의 질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배경은 일선 지휘관들의 인식 개선과 예산 증액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2016년 1231억원이던 예비군 예산은 올해 1371억원으로 11.3% 증액됐다. 국방부 예산 세부항목 중 가장 증액 비율이 높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산 증액과 더불어 일선 부대 간부와 병사들의 노력이 예비군 훈련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비현실적인 예비군 보상비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자는 교통비·보상비 등을 포함해 3만원을 받았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유류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국방부는 2021년까지 현 보상비 1만2000원을 3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2박 3일 시간을 쏟은 데 대한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역 예비역들의 공통 불만이다.

지휘관인 이승수 92정비대대장(중령)은 “1년 동안 휴가를 다녀온 동료 병사를 맞는 마음으로 훈련을 준비했다”며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예비군 훈련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커지는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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