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 '광풍'
가격 변동성 너무 커 화폐 대체 쉽지 않아
정부 발행 가상화폐, 새 결제수단 될 수도
[ 김순신 기자 ]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전자화폐 가격이 연일 폭등하면서 전자화폐를 화폐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다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전자화폐는 가상화폐 수준이며 진정한 화폐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산 내지 투기자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치를 저장하는 제한적 기능 말고는 화폐의 다른 주요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현금을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는 본래 교환 활동 과정에서 다른 모든 재화 및 서비스와 교환되는 물건이 그 기원”이라며 “자체로 가치가 있는 금, 은이 직접 현물화폐로 쓰이다 편의성을 위해 금이나 은으로 바꿔주는 태환화폐가 출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물건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내재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화폐로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람들이 쓰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불태환 화폐도 정부가 액면만큼의 내재가치를 보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공간에서 채굴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자체적인 내재가치가 없다. 블록체인에 기반해 생성되기 때문에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은 물론 구매력을 보증해주는 주체도 없다.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현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제한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높은 가격 변동성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현재 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어떤 물건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가치가 불안정하면 사람들이 교환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더리움 가격은 올 들어 25배 폭등할 정도로 불안정하다.
하지만 전자화폐의 일부 문제를 보완하면 현재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자화폐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자금이체를 할 수 있고 거래수수료가 낮으며 다양한 방식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급거래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안성도 뛰어나 현금을 뛰어넘는 결제수단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사용을 세금 징수 등 한정적인 영역에서 인정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화폐 자체가 아니라 보안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당국이 직접 발행하는 가상화폐가 나온다면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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