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ATC협회] 태양전지부터 로봇·LED 장비까지…R&D 기술로 세계무대 휩쓸다

입력 2017-05-11 17:10
글로벌 시장서 경쟁하는 우수 중소기업들

해바라기처럼 전지판 태양따라 움직여
비나텍, 10만번 충전 가능한 고용량 축전지 개발

유해세균 제거하는 자외선 LED
탑엔지니어링이 생산 땐 미국·독일 주도권 '흔들'

디알젬 의료용 영상진단기기, GE·지멘스와 경쟁
로보티즈, 사람처럼 유연한 로봇 개발 추진


[ 이우상 기자 ]
우수기술연구센터(ATC)협회 회원사는 정부로부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증받은 기업이다. 비나텍은 ATC사업 지원을 받아 초고용량 커패시터(축전지)를 기반으로 태양전지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따라 돌게 하는 동력원을 개발했다. 탑엔지니어링은 미국과 독일이 독점 중인 자외선 LED 시장에서 신사업 연구에 나섰다. 디알젬은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선점한 엑스선 제너레이터 시장에 내놓기 위한 ‘신무기’ 개발에 도전 중이다. 로보티즈는 ATC사업 지원을 받아 더 작고 가벼운 기어모듈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해바라기 태양전지 기술 개발한 비나텍

해바라기는 꽃이 해를 따라 움직인다 해서 해바라기란 이름이 붙었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따라 도는 까닭은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서다. 전북 전주에 있는 비나텍은 유선 동력 없이 태양전지판을 돌리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1999년 설립된 비나텍은 친환경 장수명 에너지 저장소자인 슈퍼커패시터를 만드는 전문기업이다.

완전히 고정된 태양전지에 비해 태양 움직임에 따라 태양전지판을 돌게 하면 최대 30% 가까이 발전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에너지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수백㎏에 이르는 태양전지판을 태양 움직임에 따라 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전까지는 전선을 연결해 직접 전력을 끌어와 무거운 태양전지판을 움직였다. 설치비용이 크게 늘어날뿐더러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태양전지판을 모두 연결하기 위해선 설계가 복잡해졌다.

비나텍은 초고용량 축전지인 슈퍼커패시터에서 해법을 찾았다. 커패시터는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2차전지와 특징이 비슷하면서도 10만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하다. 태양전지판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출력을 낸다. 비나텍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ATC 과제로 연구를 수행해 태양전지를 태양 방향에 따라 돌리는 트래킹 기술을 상용화했다. 비나텍 관계자는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 6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수출액이 76억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탑엔지니어링 “세계 LED시장 판 바꾼다”

경북 구미에 있는 LED 공정장비 전문기업 탑엔지니어링(대표 김원남·류도현)은 1993년 설립됐다. 지난달에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됐다. 탑엔지니어링은 2015년부터 ATC 과제를 토대로 신사업에 나섰다. 유해세균을 제거하는 자외선 LE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비극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반감인 ‘케미포비아’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연구가 급물살을 탔다. 100~280나노미터(㎚) 파장의 자외선은 유해세균을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파장의 빛을 내는 LED는 현재 소량 생산만 가능해 ‘부르는 게 값’이다. 비싼 LED 대신 현장에서는 자외선 램프를 쓴다. 하지만 LED보다 덩치가 클 뿐 아니라 전력소모량이 많아 휴대용으로 장시간 쓰기 어렵다. 또한 수은을 주재료로 써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탑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관련 기업들도 대량 제조 장비 개발에 나섰다. 최민호 탑엔지니어링 전무는 “개발만 끝내면 미국과 독일이 99% 차지하고 있는 LED 제조 장비 시장을 흔들 수 있다”며 “성공하면 연매출 200억원은 물론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디알젬, 세계 5위 영상진단기기 업체

경기 광명시에 있는 디알젬(대표 박정병)은 2003년 설립됐다. 의료용 엑스선 제너레이터와 엑스선 영상진단기기를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356억원 중 70%를 수출로 올렸다. 의료기기 기준이 엄격한 미국과 일본을 비롯 세계 8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디알젬은 연간 엑스선 장비 1500대가량을 생산한다. 국내에서는 직원이 152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생산량 기준으로는 GE, 필립스, 지멘스 등 글로벌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5위권을 지키고 있다. 디알젬은 ATC 과제로 2013년부터 250㎑/100㎾급 엑스선 제너레이터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기술력 부족으로 만들지 못하던 엑스선 장비다. 엑스선 제너레이터는 엑스선을 발생시키기 위한 고전압 전력변환장치다. 영상진단에 사용하는 영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엑스선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엑스선의 재현성, 정확도 등을 글로벌 경쟁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ATC 과제의 목표다. 과제는 다음달 말 종료된다.

디알젬은 ATC 과제를 진행하며 연구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 2013년 16명이던 인력이 올해는 32명이 됐다. 매출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40%씩 고성장하고 있다. 2013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35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예상 매출은 550억원이다.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2015년부터 경북 구미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디알젬 관계자는 “ATC협회로부터 제품 개발을 위한 재료비 및 연구장비 지원 이외에도 핵심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며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티즈, 로봇 핵심 부품 개조해서 쓸 수도

서울 금천구에 있는 로보티즈(대표 김병수)는 1999년 설립됐다. 교육용 로봇부터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각종 로봇 분야에서 활약 중인 로봇 제조 중소기업이다. 이달 오픈소스 기반 모바일로봇 플랫폼인 터틀봇3를 내놓는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지난달 29일 “터틀봇3를 구매하겠다는 예약 주문이 해외에서 밀려들어 작년에는 수출이 매출(160억원)의 60%를 차지했는데 올핸 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로보티즈의 강점은 범용성이 뛰어난 모듈형 부품이다. 터틀봇3 또한 모듈형 부품으로 구성해 모터나 액추에이터 등 로봇의 핵심 부품을 용도에 맞게 개조해서 쓸 수 있다. 우수 재난구조 로봇을 선발하는 ‘2014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도 참가팀 24개 중 6개 팀이 로보티즈 부품을 썼다.

로보티즈는 ATC 과제를 통해 크기는 더 작으면서도 전력소비량은 낮춘 기어모듈을 개발 중이다. 기어모듈은 기어비를 바꿔 모터의 속도와 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한된 동력원으로 더 오래 활동하고 더 센 힘을 발휘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로보티즈는 기어모듈 자체는 개발을 마쳤지만 내년까지 과제를 진행하면서 성능과 제조 공정을 개선할 계획이다. 김진욱 로보티즈 상무는 “200W 이하급 기어모듈의 성능을 꾸준히 개선 중”이라며 “현재 개당 300만원으로 고가인데 생산 최적화를 통해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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