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의 책임, 유권자의 책임

입력 2017-05-08 18:06
9일은 대선 투표일


오늘은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새 대통령 선출은 우리나라가 ‘정상국가’로 복귀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5개월여의 국정 공백상태에 마침표를 찍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의미는 크다.

이번 선거는 종전 대통령 선거와는 사뭇 다른 정치 일정 속에서 치러졌다. 헌정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이 확정됐고, 구속 수감돼 있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국민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 한 표의 의미는 그럴수록 더욱 중요하다. 나라 안팎이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다. 백척간두와도 같은 안보 현실, 공중에 떠버린 외교 난맥상을 신속히 수습할 국가지도자가 필요하다. 동시에 분열, 대립된 국민을 한데 보듬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최적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게 이번 선거가 갖는 역사적 함의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그런 점에 맞춰져야 한다. 어떤 국정 비전과 실행방안을 제시했는지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이미지에 함몰되는 미인 투표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중추수적으로 주변의 선택에 휩쓸리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달콤한 당근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투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뽑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끝나지만, 재임기간 중의 족적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돼서 두고두고 국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자식과 손자세대를 바라보고 투표하라’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유권자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

유세기간이 워낙 짧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설익은 공약이 난무했다. 재원 뒷받침이 없는 공약이 다반사요, 앞뒤가 안 맞고 수시로 바뀌는 공약도 많았다. 난마와도 같은 공약들을 구분해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차제에 선거제도 개편을 검토할 때가 됐다. 단순 다수 득표자가 선출되는 현 제도하에서 유권자들은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선택’을 사실상 강요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조건 투표를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는 이런 선택을 더욱 부추긴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간 결선투표를 하는 프랑스식 제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유권자들은 차악을 택하느니 투표를 포기하고 결선투표를 유도할 수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마땅한 후보가 없어 기권하고 싶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골이 깊어가고 있는 정치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도 이번 선거가 남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