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구태' 근무방식 안 바꾸고 점포만 줄이면 그만인가

입력 2017-05-05 18:03
수정 2017-05-06 07:23
은행 점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올해만 415개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17개 은행 점포 수(7280개)의 5.7%에 이른다. 지난 5년간 한 해 100~200개이던 폐쇄 점포가 배 이상 늘었다.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전체 점포의 4분의 3인 101개를 폐쇄하고 국민·우리·하나·농협 등도 40~70개씩 줄인다. 축소 대상은 주로 적자 점포다. 집 근처 ‘동네 은행’이 점점 사라지고 차를 타야만 은행에 갈 수 있게 될 판이다.

은행 거래의 95%가 ATM,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인 상황에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점포 축소를 비난만 할 순 없다. 하지만 은행이 디지털화할수록 점점 불편해지는 고객이 많다는 게 문제다. 특히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된 노년층 배려가 안 보인다. 60대 이상은 디지털 금융 이용률이 고작 10% 남짓해 점포마저 줄면 갈 곳이 없다. 은행 점포에 가도 대기시간이 짧게는 30~40분, 길게는 1시간을 훌쩍 넘긴다. 은행도 서비스업인데 취약계층 전용창구나 이동은행 등은 왜 도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물론 은행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긴 한다. 일부 점포를 오후 7시까지 영업하고 방문 전에 앱으로 사전예약을 받는 은행도 있다. 그러나 연장영업 점포는 극소수이고, 방문예약이 늘수록 노년층은 더 불편해질 것이다.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집중근무, 탄력근무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은행 근무방식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일부의 근무형태 변화도 업무 효율화가 목적이지 고객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은행은 허가받은 면허사업이다. 누구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수익성 못지않게 공익성과 편의성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분기 은행들은 6년 만에 최대 순익을 냈다. 그럴수록 점포 폐쇄에 앞서 서비스 디테일을 꼼꼼히 챙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