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 도이치뱅크 최대주주 됐다

입력 2017-05-04 17:57
수정 2017-05-05 05:34
지분율 9.92%…블랙록 제쳐


[ 강동균 기자 ] 세계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독일 도이치뱅크의 최대 주주가 됐다. 유럽 최대 투자은행이자 독일 최대 은행이 사실상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HNA그룹은 전날 독일 증시에 도이치뱅크에 대한 보유 지분이 기존 4.76%에서 9.92%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도이치뱅크 지분 5.9%를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은 2대 주주로 밀렸다.

HNA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분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 있는 자회사 HNA캐피털이 도이치뱅크 지분 확대뿐 아니라 금융자산 인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외국 기업사냥을 거침없이 이어가는 중국 자본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연을 확대하는 데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의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는 M&A를 통해 항공뿐 아니라 호텔·관광·물류·부동산·금융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 새 미국 항공기 리스회사 CIT,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월드와이드, 전자제품 물류회사 인그램마이크로 등을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HNA가 공격적인 M&A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해외 차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자회사 현금을 활용하거나 해외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를 피한다는 것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