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과 당근' 함께 든 트럼프…미국 "북한과 대화의 문 열려 있다"

입력 2017-04-27 19:48
새로운 대북정책 확정

미·중 압박에 북한 도발 자제
미국, '모든 옵션' 거론 않고 경제제재·외교 노력만 강조

일부선 "북한 성의 보이면 깜짝 놀랄만한 협상도 가능"


[ 박수진/김동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새로운 대북정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되 북한의 태도 변화 시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채찍과 당근’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물밑 접촉설이 흘러나온다. 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성의를 보이면 깜짝 놀랄 만한 협상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모든 옵션’ 언급 안 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상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핵 위협과 새 대북정책을 합동 브리핑 했다. 이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의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그리고 핵확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고,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당국자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뜨리지 않던 ‘테이블 위의 모든 옵션’ 언급은 없었다. 그동안 언급돼온 모든 옵션 중엔 군사적 대응도 포함돼 있다.

정작 이날 발표문엔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노력만 강조하고 대화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1주일 전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지난 18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때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中과 사전 교감 있었나

지난 한 주 동안의 상황 변화는 북한의 도발 자제다. 북한은 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돌 생일(태양절)에 이어 25일 인민군 창설일에도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전에 없는 공조 압박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은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고,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북한에 강력 경고해온 신문이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몽둥이만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멈출 수 없다”며 “국제사회는 당근의 중요성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일단 미·중의 경고를 받아들였으니 비핵화까지 갈 수 있는지 대화해볼 만하다는 메시지다.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

백악관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중 정상 간에 어느 정도 북핵 해결을 위한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인다면 깜짝 놀랄 만한 북·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있는 5월9일 전까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북·미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제안한 것처럼 북한과도 ‘통 큰’ 딜을 하고 싶어 하는데,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어느 정도 얘기를 끝내놓고 싶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카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