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중 대북 압박 공조를 의식한 듯 인민군 창건 85주년인 25일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보다 강도가 낮은 화력훈련으로 도발 수위를 조절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장사정포 등 화포 300∼400문을 투입해 대규모 화력훈련을 진행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우리 군이 원산 일대의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진행된 화력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해졌으나, 애초 예상된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와 비교하면 훨씬 강도가 낮은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력훈련은 북한이 핵을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이나 훈련이 아니어서 미국의 '레드라인' 영역 밖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가장 큰 명절로 치는 김일성 생일(태양절)도 별다른 군사적 행동 없이 보낸 바 있다. 열병식에서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하며 대내외에 위력을 과시하긴 했으나 무력 도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창군절인 이날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유례없는 양국의 전방위 대북 압박 공조가 진행되면서 부담을 느낀 북한이 무력 도발에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와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 등을 한반도 해역으로 보내 북한의 대형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중국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시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임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언하고, 유엔의 전례없이 강력한 제재로 치명상을 입을 것임을 경고하는 등 대북 압력 수위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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