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파타야 비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천국에 가까운 '동양의 하와이' 태국

입력 2017-04-16 16:16
다시 뜨는 '해외 여행의 고전' 방콕-파타야



패키지 여행 상품의 고전 ‘방콕-파타야’가 요즘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여행사들은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TV 여행 프로그램 ‘배틀트립’ ‘뭉쳐야 뜬다’의 후광이 컸다. 특히 파타야에 대한 재조명이 눈부시다. 넓은 백사장과 해변, 다양한 즐길거리,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호텔은 이 해묵은 여행지에 대한 편견을 깨줬다. 그렇게 호기심에 부풀어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첫 태국 여행을 떠올리며 8년 만에.

하와이 와이키키 닮은 로맨틱 파타야 비치

8년 전과 다른 것은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이라는 점이었다. 파타야에서는 휴양에 충실하고, 방콕에서는 아트와 패션에 집중하기로 했다. 요즘 들어 부쩍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 내친김에 태국 요리까지 도전하기로 했다. 태국에는 짧은 시간 안에 간단히 배울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흔하다.

파타야에서 휴양을 여행 테마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명에 코웃음 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제로 가본 파타야 비치는 하와이 와이키키와 무척이나 흡사했다. 3㎞에 달하는 긴 해변은 육지 쪽으로 움푹하게 들어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남쪽 끝은 낮은 언덕에 가로막혀 있다. 와이키키 끝에 다이아몬드 헤드 언덕이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모래사장 바로 옆 비치로드라 불리는 야자수 거리에는 호텔과 음식점, 바가 빼곡히 늘어섰다.

태국 정부에서 2015년 해변 정리 사업을 하면서 파타야 비치는 훨씬 쾌적하고 깨끗해졌다. 늦은 오후, 해변가 선베드에 누워 시원하고 달콤한 코코넛 한 통을 원없이 들이켰다. 달리 할 일 없이 수평선을 보고 있으니 마음에도 잔잔한 평화가 밀려왔다. 가만히 있으면 상인들이 지나다니며 조용히 목에 건 쟁반을 내민다. 새우구이나 게 튀김을 팔기도 하고, 타투를 권하기도 한다.

파타야 비치가 깨끗하다고 억지 부릴 생각은 없다. 파타야에서는 바다에 들어가는 대신 옥상 야외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시암앳시암 디자인 호텔 파타야는 그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곳이다. 하루 숙박비가 7만원으로 수영장 물 끝이 하늘과 이어지는 환상적인 인피니티풀을 즐길 수 있다. ‘배틀트립’에서 김민교와 이종혁이 묵은 호텔도 여기다. 저녁에는 수영장 옆 바에서 DJ 파티가 열린다. 음악과 야경에 칵테일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한가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파타야 비치보다는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좀티엔 비치로 가보자. 파타야가 휴양도시로 개발된 것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휴양지로 쓰이면서부터다. 파타야 비치 남단의 워킹 스트리트에는 아직도 쇼라는 이름의 낯 뜨거운 밤문화가 남아 있다. 반면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좀티엔 비치는 파타야가 작은 어촌이었던 시절의 호젓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좀티엔 비치로 가는 길에 절벽 위에 있는 스카이 갤러리 카페에 들르는 것도 추천한다. 코란 섬이 정면으로 내다보이는 만에 자리하는데, 해질녘이면 분홍빛으로 물든 황홀한 노을이 하늘 가득 번진다. 그야말로 하늘 미술관이다.

태국 예술과 패션의 매력에 ‘흠뻑’

여행 가이드북 《시크릿 방콕》을 쓴 신중숙 작가에게 왜 태국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태국만 십수 번을 다녀온 그의 답은 명쾌했다. “사람과 음식, 그리고 예술 때문이죠.” 태국 사람들의 친절함은 미소의 나라라는 별명만큼 익히 알려져 있다. ‘세계 6대 요리’로 꼽히는 빼어난 음식 문화는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태국의 예술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방콕에서 태국의 현대미술을 만나려면 그 심장부인 시암으로 가야 한다. 시암이라는 정식 지역명은 없지만 주변에 시암이라는 이름의 쇼핑몰과 호텔이 밀집해 있어 그렇게 부른다. 지하철역으로는 내셔널 스타디움 인근인데, 도보 거리에 가볼 만한 갤러리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미술관인 방콕 아트 앤드 컬처 센터(BACC), 태국 실크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짐 톰슨의 생가, 저명한 일본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가 설계한 시암 디스커버리 쇼핑몰 등이다. 시암 디스커버리에는 태국 패션 디자이너의 브랜드와 라이프 스타일숍이 다양하게 입점돼 쇼핑하기도 최적이다.

BACC는 태국과 아시아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를 1년 내내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다. 7~9층이 메인 갤러리인데, 미디어 아트와 설치 위주의 메인 갤러리 전시보다는 건물 내외벽을 장식한 그라피티

화가 더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그저 귀엽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뜻을 알고 나면 숙연해진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BACC 외벽의 벽화는 알렉스 페이스, 루킷 쿠완하와테 등 태국 출신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공동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살아 생전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태국의 정신적 지주였다. 70년의 재위 기간 1, 2차 세계대전과 17차례의 쿠데타를 수습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왕실이 주도하는 ‘로열 프로젝트’로 하층민의 삶을 개선시켰다. 국왕 스스로 색소폰과 기타 연주, 사진 찍기를 즐겼으며 교육과 예술 분야에 특히 열정을 쏟았다.

올해 BACC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아트 프로젝트 역시 국왕 추모전이다. 고도화된 정치 선전(프로파간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라도 이런 국왕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벽화 속의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먼 하늘을 우러러보는 캐릭터는 태국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었다. 국왕이 서거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태국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한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 꽃을 바치고,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 1년 중 가장 더운 4월의 방콕에서, 그토록 원색을 좋아하는 태국 사람들이 말이다.

3가지 코스 뚝딱 배우는 쿠킹 클래스

해외 쿠킹 클래스는 무척 흥미진진한 경험이다. 셰프에게 정통 현지 요리를 직접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감각적이다. 이국적인 식재료의 싱싱한 맛과 향을 음미하며, 직접 만지고 썰고 접시에 담아내다 보면 움츠렸던 오감이 깨어난다. 태국 요리는 그린 파파야, 모닝글로리, 고수, 코코넛밀크, 월계수잎, 카피르라임 등 우리에게 낯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색다른 재미를 준다.

태국의 규모 있는 호텔들은 대체로 투숙객을 위한 쿠킹 클래스를 운영한다. 방콕에서는 시암앳시암 디자인 호텔 방콕의 쿠킹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1시간 동안 태국인 셰프와 함께 세 가지 전통 요리를 만드는데, 나중에 친구를 초대해 대접하고 싶을 정도로 조합이 좋다. 수업을 마치고 시식까지 하고 나면 셰프의 사인이 새겨진 근사한 수료증도 준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레시피를 나눠주기 때문에 쉽게 따라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만드는 요리는 닭육수에 새우, 버섯, 코코넛밀크, 갖가지 허브와 소스를 넣고 끓인 ‘?카꿍’이다. 쉽게 말해 매콤한 ?얌꿍에 고소한 코코넛밀크를 추가한 국물 요리. 태국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갖가지 허브와 소스다. ?까꿍의 오묘한 맛이 바로 여기에서 결정된다. 칠리 소스가 매운맛을, 피쉬 소스가 짠맛을, 라임즙이 신맛을, 코코넛슈가가 단맛을 담당한다. 마지막에 레몬 그라스, 베르가못, 바질 같은 허브를 넣고 좀 더 끓여주면 태국 요리 특유의 향기가 우러난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담아 고수를 살짝 올리면 정통 태국 스타일 ?카꿍이 완성된다. 떠먹어보니 한 숟갈, 한 숟갈의 맛이 오묘하게 다르다. 하나의 요리에 이토록 다채로운 맛과 향이 어우러지다니 놀랍다.

곁들이는 음식으로 매콤한 고기 완자 ‘랍무토’, 태국식 찹쌀 도너츠 ‘카로지’까지 만들고 나면 끝이다. 태국 요리를 좀 더 폭넓게 즐기려면 전문 레스토랑으로 가보자. 레스토랑 PH1(Party House1)은 태국 정통 가정식을 선보인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음악 공연도 열린다. 최근 문을 연 마이키친도 추천할 만하다. 유명 태국 요리 전문점인 나라를 비롯해 인도 음식, 일본 음식, 중국 음식 전문점이 한데 모였다. 푸드 코트처럼 원하는 메뉴만 속속 골라 주문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파타야=도선미 여행작가 dosunmi@gmail.com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까지 제주항공, 타이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직항 노선을 운행한다. 비행 소요 시간은 5시간30분. 수완나품 공항에서 벨 트래블 버스를 타면 원하는 파타야 호텔 문 앞에 내려준다. 편도 약 1만1000원이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비자는 면제다. 전압은 220V로, 한국과 같은 2핀 플러그를 쓴다. 방콕에는 팁 문화가 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이용 시 20바트(약 985원) 정도를 주는 것이 관례다.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