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문제, 아베와만 통화한 트럼프…한국 '투명국가' 됐나

입력 2017-04-06 17: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통화한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대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로 통화했다고 한다. 미·일 양국 정상이 당사국인 한국만 빼고 북한 문제를 상의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북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 시점에서 나온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우리에게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서 한국을 마치 ‘투명 국가’처럼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한국의 대통령이 공석인 특수 상황 때문에 빚어진 일로 한·미 간에는 여전히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 기류는 외교부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제자에 ‘한국 대선에서는 진정한 국익을 감안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실었다.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이지만 마치 한국을 훈계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통 큰 행보’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85일 만에 주한 일본대사를 귀임시킨 것은 일본의 책임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는 쓴소리를 했다. 한국인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한·일 위안부 협상을 깬 것은 비상식적이며, 한국은 일본의 화해 제스처에 화답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미·일 대표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에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식의 태도다. 어쩌다 한국이 외교 무대에서 ‘왕따’가 되고 외국 언론들의 훈계 대상으로 전락했나.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한다며 한·미 동맹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듯했던, ‘갈팡질팡 외교’가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 호시탐탐 도발 기회를 엿보는 북한과 그런 집단을 싸고도는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외교와 안보의 중요함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