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탕 삼탕 미세먼지 대책

입력 2017-04-04 17:35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미세먼지가 중국발(發)이라면서 국내에서 조절한다고 줄어드냐’ ‘대책 없는 정부 밑에서는 그냥 미세먼지 마시고 살 수밖에….’

환경부가 4일 미세먼지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인터넷 공간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강화하는 것. 지난 2월 발표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와 내용은 거의 같다. 공공부문의 비상저감조치 발령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만 추가됐다. 올 들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주의보가 130여차례나 내려졌지만 한 차례도 비상저감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급하게 마련한 보완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엔 발령 요건이 까다로워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지 않았다”며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는 데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공공부문 조치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완화된 요건에 따르면 올 들어 다섯 번의 비상저감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비상조치가 시행됐더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원 중 경유차 비중은 29%, 휘발유차는 1% 안팎이다. 전체 미세먼지 배출원 중 차량이 30%의 영향을 미치는데 이 중에서도 차량 2부제 적용 대상은 전체 수도권 차량의 3.16%(공공부문 총 23만7000대)에 불과하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50~70%는 중국 등 국외 영향이다. 여러모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엔 거의 가동도 하지 않는 노후 화력발전소를 폐기하겠다는 카드를 꺼냈고 지난달엔 미세먼지를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를 ‘미세먼지’로 바꾼다는 발표도 했다. 용어만 바꿔 미세먼지의 위험 체감도를 낮추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핵심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중국과 미세먼지 공동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협력 여부가 불확실하다. 선박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과 경유 가격 조정은 하반기 이후에나 논의될 전망이다. 올봄 내내 미세먼지를 마셔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