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직장인 이모씨(28)는 얼마 전 탈모 치료를 받으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갔다가 기분 나쁜 일을 겪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사는 이씨에게 반말로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탈모가 얼마나 심한지 보겠다며 머리를 기분 나쁘게 움켜쥐고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대뜸 약만 몇 개 처방해줬습니다. 진료실에서 다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안 됐습니다. 젊은 나이에 머리가 빠져 혼자 끙끙 앓다가 큰 마음 먹고 치료를 받으러 간 것인데 의사의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이씨 같이 의사들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고 진료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6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 따르면 1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2015년 1년 동안 외래 진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의사와의 대화에서 불편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7.9%였습니다. 또 검사나 수술을 결정할 때 ‘왜 필요한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 의사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외래 환자 중 51.5%에 달했습니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환자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할 때 항목에 ‘환자경험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환자경험 평가는 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통한 설문조사로 진행되고 환자는 총 24개 문항에 답을 하게 됩니다. 설문 내용은 주로 의료진이나 의료서비스에 대한 것들입니다.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인력 보유 수준, 의료서비스 품질 등의 기준으로 의료기관 ‘급’을 정해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게끔 만든 평가입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큰 건 아무래도 평가 대상이 되는 의료계인데요. 환자경험 평가가 말은 좋지만 자칫 주관적으로 해석돼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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