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문화스타트업 (4) 그림 대여업체 '오픈갤러리'
[ 양병훈 기자 ]
“지난해 만난 한 화가는 우리 회사 덕분에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작품활동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 돼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던 분이거든요. 창업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미술품에 관심은 있으나 선뜻 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작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그림 대여업체 오픈갤러리의 박의규 대표(36·사진)의 말이다. 박 대표가 2013년 설립한 오픈갤러리는 매년 2~3배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설립 직후 4~5개월 동안은 혼자 일했지만 지금은 직원이 30명으로 늘 정도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회사가 지속가능하려면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게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며 “화가에게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준다는 공익적 목적이 없었다면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성장할 때 집에 그림을 걸어놓으면 인지발달에 도움이 되는 등 소비자도 그림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갤러리는 소비자 요청에 따라 집이나 사무실 등에 걸 수 있도록 그림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업체다. 오픈갤러리 웹사이트에서 어떤 그림을 걸지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도 있고 큐레이터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대여료는 그림 크기에 따라 월 3만9000원에서 25만원까지 다양하다. 대여 작품을 3개월마다 바꿀 수 있어 계절별로 다른 그림을 걸 수도 있다. 소비자 가운데 70%가 개인 고객이고 나머지는 기업 고객이다. 빌려주는 작품 목록은 필요할 때마다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다. 지금은 유화, 동양화, 팝아트 등 8000여점의 그림이 목록에 올라 있다. 소비자가 낸 대여료의 적지 않은 부분이 작가에게 간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를 창업하기 전 대형 경영컨설팅 업체에 다녔다. 오픈갤러리가 신생 업체인 만큼 아직 수익이 많지 않아 연봉은 창업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박 대표는 “그림 대여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창업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LB인베스트먼트와 네이버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그는 “젊은 층일수록 집이나 사무실을 꾸미는 데 많은 돈을 쓰는 게 최근의 트렌드”라며 “그림 대여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회가 되면 회화 외에 조각 등 다른 분야로도 서비스 범위를 넓혀볼 생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에 도전해 좋은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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