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메시지 남기고 떠난 이정미 헌재 재판관
[ 박상용 기자 ]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사진)은 13일 서울 재동 헌재 청사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화합하고 상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마지막 메시지로 ‘화합’을 제시했다.
그는 직접 작성한 200자 원고지 일곱 장 분량의 퇴임사를 담담하게 읽었다. 이 권한대행은 “현재 통치구조의 위기 상황과 사회 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고전 ‘한비자’ 중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 소절을 인용하며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끝내면서 1987년 판사로 임관한 이래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지명으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헌법재판관이 됐다. 여덟 명의 재판관 가운데 가장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하고 역사적인 사건 심리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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