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립 15주년…'고속성장 원년' 선포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입력 2017-02-27 17:10
"지고 못사는 승부 근성이 원동력…바이오 세계 1위 해낼 것"

최초 항체 복제약 램시마, 올해 단일 매출 1조 기대
내년 제약사업 순이익 1조

"지력 높은 한국 청년이 희망…도전나설 마당 만들어줘야"


[ 조미현 기자 ]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었다. 바이오 의약품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때였다. 허허벌판이던 인천 송도에 바이오 공장을 지었다. 신약과 약효가 같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나섰다. 누군가는 무모하다 말했고, 누군가는 손가락질했다. 15년 뒤 과거의 의심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인 데 이어 항암 바이오시밀러 두 개를 시장에 내놨다. 글로벌 제약사도 지금까지 해내지 못한 일이다.

◆“한국이라 가능했던 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적 수준이 높고 지고 못 사는 근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한국에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회사가 한국에 있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 세계 1위 회사로 성장했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등 3종을 상용화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다이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해 누적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초다.

램시마는 올해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날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올해가 고속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오 창업 신화 쓰다

서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로 꼽힌다. 삼성전기, 한국생산성본부, 대우그룹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던 그는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에게 바이오 원천기술이 있을 리 만무했다. 2013년 이후 연간 수조원 규모로 팔리는 바이오 의약품 특허가 끝난다는 사실에 그가 지닌 기업가로서의 감(感)이 발동했다. 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복제해 개발하자는 생각은 어느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이었다. 서 회장은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는 태도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인터뷰 내내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셀트리온 종무식에서는 “셀트리온의 선장인 것이 영광스럽다”며 “2016년을 기억할 때 서로 같이해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램시마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국적 외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이었다. 서 회장은 “세계 1등을 해본 적 없는 젊은이들이 셀트리온에서는 1등 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그 사실만으로 고무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주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 도전정신 이끌어야”

벤처기업이던 셀트리온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서 회장은 “벤처기업가의 역할은 스스로 성공하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훌륭한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벤처기업가의 역할”이라며 “한국 청년들이 일하는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연구소와 사업화를 맡은 기업의 분업을 독려해야 한다는 게 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며 “대학이 개발한 연구를 기업이 가져다가 상용화하는 연구 기술거래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해외 사업과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계열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글로벌 유통 파트너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전략회의를 열었다. 화이자, 먼디파마, 테바 등 셀트리온 제품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 CEO들을 직접 만났다. 서 회장은 “내년에는 셀트리온 매출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 제약 사업에서 순이익 1조원을 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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