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글로벌 ETF 연 23% 느는데… 해외 상장된 한국 ETF는 고작 5개

입력 2017-02-15 17:36
<1부> 시장 불신부터 걷어내자

해외 투자자 유치 손놓은 한국증시

관심 못받는 한국 경제·기업
한국지수 기반 상장된 ETF…일본·홍콩 2곳 빼고는 전무
해외투자자들, 성장성에 의문…기업 인지도 낮은 것도 문제

투자매력 없다는 건 핑계?
코스피200 이용한 블랙록
거래 활발…운용도 확대 계획
세계 ETF 시장규모 3조달러…정부 차원 투자 유인책 절실


[ 박종서 / 나수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99일 만에 9.8% 상승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방법은 세 가지. 애플이나 구글 등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특정 종목을 고르기가 내키지 않으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면 된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형사 500개에 투자하는 ‘S&P500 ETF’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한국 시장에 상장된 미국 ETF를 사면 된다. 한국거래소는 S&P500지수 등을 기초로 10여종의 미국 ETF를 상장해 놓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이들 ETF를 매수하면 투자금은 고스란히 미국 증시에 투입된다. 다달이 ETF에 돈을 넣을 때마다 미국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된다.

외면받는 한국 지수

코스피200 등 한국 주식시장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상품이 세계 각국 증시에서 거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증시의 사례처럼 정기적으로 안정적인 해외 투자금이 국내로 흘러들어 온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든든한 자금원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한국 주가지수를 토대로 해외에 상장한 ETF는 5개에 불과하다. 상장된 국가는 단 2곳. 일본과 홍콩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운용사들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해외에 상장한 회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밖에 없다.

상품 첫 출시는 2007년(일본 도쿄거래소)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난 10년간의 성과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1년 1월 홍콩거래소에 출시한 ‘미래에셋 타이거 코스피200 ETF’는 지난달 26일 5000주를 끝으로 거래가 끊어졌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는 이달 거래량이 1200주에 그쳤다. 다른 ETF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외에 상장된 한국 주가지수 기반의 ETF가 외면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경제나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심의 성장형 ETF와 선진국 중심의 안정형 ETF 사이에 끼어 모호한 처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일반 투자자들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해외에서 한국 ETF를 사는 사람의 상당수는 개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인지도가 무척 낮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200처럼 한국 상장사 200개를 묶어서 판매하는 펀드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외 시장에서 한국 ETF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성공 사례도 있는데…

운용사들의 소극적인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 이후 상품을 알리고 거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는 반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해 6월 코스피200을 기초로 ‘아이셰어스 코어 ETF’를 홍콩시장에 상장시킨 사례를 보면 특히 그렇다. 이 상품은 이달 들어 24만5500주가 거래되며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같은 성과에는 블랙록의 이름값도 한몫했겠지만 한국 주가지수의 시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블랙록은 1410만달러인 펀드 자금을 2년 내 2억5000만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위해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대만과 교차 상장을 통해 상대국 주가지수를 이용한 ETF를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MSCI지수는 세계 ETF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수다. 크게 선진국과 신흥국 프런티어 등 세 가지 지수로 나뉘는데 한국은 신흥국지수에 포함돼 있다. 선진국지수 명단에 오르면 한국 주식시장에 수조원 규모의 투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전망이다. 신흥국지수보다 선진국지수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자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MSCI가 뉴욕 런던 등 한국 밖에서 원화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온 탓에 9년째 답보 상태다.

권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수에 투자하는 세계 ETF 시장이 2009년 1조1368억달러에서 2015년 2조9458억달러로 연평균 23%씩 성장하고 있다”며 “풍부해진 세계 ETF 투자금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나수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