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깜짝 놀랄 감세"…미국 증시 또 사상 최고치

입력 2017-02-10 18:26
3대 지수 동반 상승

미국 증시 '법인세율 파격 인하' 기대 커져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 나스닥, S&P500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3주 내 감세안 등을 포함해 깜짝 놀랄 만한 세제개혁안을 내놓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18.06포인트(0.59%) 상승한 20,172.40을 기록했다. 올 들어 상승률이 2.07%에 달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58% 오르며 2307.87과 5715.18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요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2~3주 내 획기적인 세제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이후 가장 야심차고 포괄적인 세제개편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고, 소득세도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백악관은 대폭적인 세금 감면이 포함돼 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예정보다 빨리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에서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성장하려는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괄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어서 증시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지지부진한 세제개편을 예상해왔다.

채권과 외환시장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재개됐다. 투자분석가들은 “이날 모든 금융시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전했다. 규제완화와 감세로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이 예정대로 이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9% 급등하며 100.66까지 올랐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1.22% 급락하며 달러당 113.30엔으로 밀렸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까지 지속되면서 유로화도 유로당 1.075달러로 0.36%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 역시 급락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06%포인트 상승한 연 2.398%로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 선물은 0.2% 하락한 온스당 1236.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이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세제개편안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해 집권 여당인 공화당과의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케빈 브래디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장(공화당)도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긍정적이며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