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너와 함께한 그 곳 모두 눈부셨다

입력 2017-02-05 16:53
인기 드라마·영화 속 여행지

도깨비&캐나다 퀘백, 푸른바다의 전설&스페인
라라랜드&미국 로스앤젤레스, 너의 이름은&일본 기후현

별빛 아래서 춤을…LA 그리피스 천문대는 황홀했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가 변화하는 계기가 된 곳이다
공원에 오르면 LA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애니 '너의 이름은' 배경인 기후현…기차역·신사·도서관 그대로 옮겨

'푸른 바다의 전설' 초반 무대
스페인 베구르·지로나·시체스 카탈루냐 지역 아름다움 생생히


[ 최병일/김명상 기자 ]
현실의 삶이 고단해서일까요?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판타지 세상을 그린 작품들이 부쩍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마도 힘든 현실을 도피하고 환상적인 세상에서 쉬고 싶어서인가 봅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영화도 언젠가 막을 내리겠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 촬영지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습니다. 도깨비가 사랑하는 연인을 순식간에 데리고 간 캐나다 퀘벡은 물론 인어를 처음 만난 스페인의 베구르, ‘라라랜드’에서 남녀 주인공이 탭댄스를 춘 그리피스 공원, ‘너의 이름은’의 실제 촬영지 다카야마는 모두 아름다운 관광지입니다. 드라마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서 겨울의 끝무렵에 봄을 맞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도깨비가 거닐던 아름다운 도시 캐나다 퀘벡

드라마 ‘도깨비’가 케이블TV 드라마 역사에 남을 만한 인기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20.5%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종영 후 허탈감을 호소하는 이들마저 나타났을 정도다. 신드롬에 가까운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인 캐나다 퀘벡시티(Quebec City)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작은 프랑스’라는 별명을 가진 퀘벡시티는 퀘벡주의 주도이자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도시다. 인구의 90%가 프랑스 출신이고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프랑스어다. 퀘벡시티는 요새화된 성곽 도시이기도 하다.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미국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1765년부터 전체 4.6㎞ 길이의 성벽을 쌓았다. 현재 성벽은 여행자들에게 좋은 산책로가 되고 있으며, 퀘벡시티를 어퍼타운(Upper Town)과 로어타운(Lower Town)으로 구분하는 역할도 겸한다.

‘도깨비’의 주인공 김신의 호텔로 설정된 곳은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Fairmont Le Chateau Frontenac)’이다. 퀘벡시티의 상징적 건축물인 이 호텔은 세인트로렌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퀘벡시티 어퍼타운의 중심지에 우뚝 솟아 있다. 1893년 완성된 호텔로 모나코의 그레이스 켈리 왕비를 비롯해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다. 호텔 측은 가이드와 함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유명 인사들과 그들이 남긴 다양한 에피소드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극 중 주인공 김신의 묘비 사진이 발견된 곳은 뒤프랭 테라스(Terrace Dufferin)다.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 앞에 있는 뒤프랭 테라스는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이어지는 400m 길이의 나무갑판 산책로다.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서 강을 바라보며 앉아 쉬거나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곡을 듣기에 좋다. 밤이 되면 조명으로 거대한 성처럼 반짝이는 르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을 비롯해 세인트로렌스 강의 불빛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드라마에서 김신이 문을 열고 퀘벡시티로 순간이동했던 빨간 문이 있는 곳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번화가인 프티 샹플랭 거리다. 로어타운에서도 가장 볼거리가 많은 프티 샹플랭 거리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 퀘벡의 토산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가득하다. 건물의 창과 상점의 테라스는 다양한 꽃이 장식하고 있으며 상점마다 걸어놓은 개성 있는 간판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프티 샹플랭 거리에는 일명 ‘목부러지는 계단’이 있다. 1635년에 만들어진 이 계단은 경사가 워낙 심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다 넘어지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이곳에서 어퍼타운으로 향하는 이색 교통수단인 퓌니퀼레르(Funiculaire)를 탈 수 있다.

프티 샹플랭 거리 북쪽에 있는 플레이스 로얄(Place Royale)은 북미 최초의 프랑스 정착촌이었다. 플레이스 로얄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과 돌로 만든 옛날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프랑스 루이 14세의 흉상이 서 있고, 광장 한편으로는 퀘벡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인 ‘승리의 노트르담’ 교회가 있다. 퀘벡주 의사당(Parliament Hill) 건물 앞에는 투르니 분수(Fontaine de Tourny)가 있다. 드라마에선 김신이 시를 읽던 장소로 등장했다. 밤이 되면 의사당 건물과 분수에 화려한 조명이 멋지게 펼쳐진다. 퀘벡시티의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keepexploring.kr/mosaic/quebec)를 참조하면 된다.

라라랜드의 배경지 로스앤젤레스

매혹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라라랜드’의 주요 촬영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다양한 관광지를 품고 있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의 배경으로 미국 문화산업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스모크하우스 레스토랑’은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에마 스톤)가 처음 마주친 장소로 JK 시몬스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등장한다. 식당 외벽에 마릴린 먼로 외 할리우드 스타가 극장 관람석에 앉아 있는 ‘유 아더 스타(You Are The Star)’라는 유명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가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된 곳이다. 1935년에 완공한 그리피스 천문대는 우주 관측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쏟아질 것처럼 밤하늘 가득 떠 있는 별들 아래서 왈츠를 춘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라라랜드’ 외에도 ‘이유 없는 방황’ ‘갱스터 스쿼드’ ‘터미네이터’ 등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명소다. 입장료는 무료다. 천문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만남 초기에 탭댄스를 추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리피스 공원은 그리피스 천문대로 오르는 길에 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천문대까지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쉬지 않고 올라야 도착할 수 있다. 차로가 없는 것은 아닌데 영화에서처럼 주차할 공간이 없어 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다. 공원에 오르면 LA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촬영했다.

두 사람의 단골 데이트 장소인 라이트하우스는 실존하는 클럽이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진정한 재즈를 들려주기 위해 데려간 곳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허모사 해변(Hermosa beach)에 있는 라이트하우스는 1934년 문을 연 이래 재즈의 메카로 명성을 이어온 곳이다. 라이트하우스에서 5분 정도 거리에 허모사 해변이 펼쳐진다. 세바스찬이 춤을 추던 허모사 부두가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두 사람의 또 다른 데이트 장소인 ‘콜로라도 스트리트 브리지’는 LA에서 북동쪽으로 15㎞ 지점에 있는 관광도시 패서디나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멋지게 차려입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데이트 중에 걸어서 건너는 짧은 다리다.

1913년 지어질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콘크리트 다리였다. ‘존 말코비치 되기’ ‘키드’ 등 할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했다. 현재 미국 국립역사유적지로 등록돼 있다. 유명한 다리가 그렇듯이 이곳도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아 ‘자살의 다리’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대공황기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이승을 하직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자살방지용 철책이 둘러져 있고, 다리 입구를 지키는 가로등에는 “희망은 있다(There is a Hope)’라고 적혀 있다.

‘너의 이름은’의 실제 무대 일본 기후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인기가 한국의 한파도 녹였다. 지난 1월 말 기준 누적관람객은 342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일본에서는 1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전체 흥행수익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작품 속 배경이다. ‘너의 이름은’의 주요 배경지는 기후현의 히다시와 다카야마시다. 영화 팬들이 성지처럼 찾으면서 단숨에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여주인공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기후현에 있는 히다 후루카와를 모티브로 화면에 옮겼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찾고 있다.

영화 속에서 나고야를 지나온 주인공 타키는 일행들과 미츠하를 찾기 위해 히다 후루카와 역에 들른다. 히다 후루카와 역은 나고야 역에서 북쪽으로 158㎞ 떨어져 있으며 기차로는 3시간 정도 걸린다. 히다 후루카와 역, 교량, 역 앞 택시정류장 등이 실제와 거의 같게 극 중에 나온다.

미츠하가 무녀로 있는 미야미즈 신사는 히다시의 게타와카미야 신사, 다카야마시의 히다산노구히에신사, 나가노현 동부 사쿠시의 신가이산샤 신사 등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이 밖에도 히다시에는 타키가 미츠하를 찾기 위해 들렀던 히다시 도서관, 미츠하의 하굣길에 자주 등장하는 철길 건널목, 검은 소 마스코트 ‘히다규’ 등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속 이토모리 마을에 등장하는 커다란 호수의 모델은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다. 스와 호수는 영화에 나오기 전에도 일명 ‘오미와타리’라는 현상 때문에 유명했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이면 꽁꽁 언 호수 면의 얼음이 솟아올라 길처럼 길게 이어진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본인들은 신이 호수를 건너간 자국이라는 뜻으로 오미와타리(御神渡り)라고 부른다. 팬들의 관심을 듬뿍 받는 스와 호수에서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주변 전망을 감상하면 더욱 깊은 감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흥행 성공에 따라 더 많은 여행객이 영화 속 모델이 된 명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하나투어는 테마여행 전문 여행사인 투어버킷과 함께 ‘나고야+히다+스와 4일’ 상품을 출시했다. 영화 ‘너의 이름은’ 배경지 중에서도 기후현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일본식 매듭 만들기 및 온천욕 등도 할 수 있다. 2월17일과 3월10일 출발한다. 119만9000원부터. (02)725-5700

인어가 살 것 같은 스페인의 푸른 바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초반 이야기가 펼쳐진 곳은 스페인이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주인공인 전지현과 이민호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지로 주목받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다. 이민호가 전지현과 처음 만난 베구르(Begur),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던 아름다운 중세마을 지로나(Girona)의 토사 데 마르(Tossa de Mar), 시체스(Sitges) 등 카탈루냐 지역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중세 마을 지로나는 카탈루냐 동북부에 있는 도시로 영화 ‘향수’, 미국 드라마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왕좌의 게임’ 촬영지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피렌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로마시대 성벽과 고딕양식 대성당, 이슬람 사원, 유대인 역사박물관 등 중세 유럽 유적이 즐비하다. 파리 에펠탑의 건축가인 에펠의 초기 작품 에펠다리가 있다.

시체스는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해안 도시다. 바르셀로나 주변에서는 여름이면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전지현이 경찰에 잡혀 경찰차를 타고 달린 해안도로는 시체스의 메인 해변이 있는 거리이고, 경찰서로 등장한 곳은 시체스 관공서 건물이다.

드라마에서 백화점으로 나온 곳은 카탈루냐 음악당이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에 묻혀 있지만 가우디와는 또 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건축가 도미니크 이 문타네르가 지은 건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내부 디자인도 뛰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전지현과 이민호가 악당들에게 쫓겨다닌 리바데오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열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 여름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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