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밀러 미국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 소장
삼성전자·현대차 등 미국인의 주요 고용주
[ 이상은 기자 ]
“한국 정부는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교섭 과정에서 미국 경제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한국 기업 목소리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테리 밀러 미국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 소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통상정책을 바꾸려면 의회 토론을 거쳐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 관점이 명료하게 표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러 소장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은 미국인의 주요 고용주이고, 미국에 중간재나 소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키울 만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개국(G2) 간 통상분쟁 탓에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악영향을 받을 경우 “제3자인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관계가 바뀌면 한국 기업이 종전에 미국 기업이 차지했던 자리를 파고드는 등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으로 판이 흔들리면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한국이 그런 기회를 포착하려면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밀러 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 “지난 2년간 중국의 위안화가치는 달러 대비 13% 절하됐지만 최근엔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환율 조작국 지정 없이도 시장 메커니즘에 개입하는 중국 정부를 제재할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활동을 강하게 통제하는 정책을 계속 쓴다면 미국처럼 보다 시장 중심적인 국가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이 달러화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그만큼 달러가 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달러 강세는 결국 수입을 늘리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이 스스로 교정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