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브랜드, 수백년 명품 따라잡으려면 끊임없는 혁신뿐"

입력 2017-01-20 18:23
'시계업계 대부'로저 드뷔 회장

16세부터 시계 장인의 길 걸어 자기 이름 딴 브랜드 선보여
명품시계 여전히 성장하는 산업…자부심 가진 장인 계속 키워야


[ 민지혜 기자 ] 올해로 80세인 로저 드뷔 명예회장은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시계 브랜드를 내놨다. 16세이던 1953년 시계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계의 세계로 들어선 그는 시계업계의 ‘대부’ 같은 존재다. 끊임없이 혁신적 시계를 개발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의 로저드뷔 부스에서 드뷔 명예회장을 만났다. 그는 시계 브랜드 로저드뷔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리처드 밀, 미셸 파르미지아니와 함께 현존하는 세계 3대 워치메이커로 꼽히는 그는 “명품시계는 여전히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이 뒷받침되면 미래는 밝다”며 “로저드뷔가 성공한 것도 혁신적인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수백년 된 명품시계를 두고, 왜 역사가 짧은 로저드뷔 시계를 구입하는지 물었다. 드뷔 명예회장은 “브랜드 정체성과 혁신적 기술, 이 모두를 담은 스토리텔링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SIHH 전시회에서 독립 시계 브랜드관이 커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더 많은 독립 브랜드가 혁신적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제2의 로저드뷔’를 많이 육성하는 것이 시계업계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저드뷔가 처음 SIHH에 참가한 1997년엔 전시장 밖 작은 코너에서 시계 몇 점 전시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로저드뷔 독립시계관은 전시장 입구에 1개 관으로 설치됐다.

드뷔 명예회장이 차고 있는 시계가 궁금했다. 그는 웃으며 손때 묻은 시계(사진)를 풀어 보여줬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초창기 모델 ‘심파티’였다. 퍼페추얼 캘린더를 장착한 독특한 모양의 이 시계는 클래식 워치로 큰 인기를 끈 제품이다. 현재 로저드뷔의 액티브한 남성적 시계와 다르지만 드뷔 명예회장이 직접 만들고 애착을 가진 시계라고 했다.

그가 개발한 부품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드뷔 명예회장은 퍼페추얼 캘린더를 꼽았다. 한 달이 28, 30, 31일인 경우와 윤년인 2월29일을 자동으로 구별하는 기능이다. 그는 “시계를 구동시키는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안에 윤년까지 계산해서 날짜와 연도 계산을 해내는 달력 기능을 넣는 게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올해 대부분 브랜드가 여성 시계를 내놓은 것에 그는 “로저드뷔도 우아한 여성용 벨벳 시계를 출시했다”며 “앞으로 여성용 시계가 더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드뷔 명예회장은 로저드뷔와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반클리프 아펠, 파네라이 등 리치몬트그룹 소속 브랜드의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이 최근 세운 에듀케이션센터에서 32명의 워치 메이커 지망생을 가르치고 있다. 리치몬트는 매년 20명의 숙련된 워치메이커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시계산업의 정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워치 메이커를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드뷔 명예회장처럼 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워치메이커가 되는 길은 단 한 가지뿐”이라며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한 길만 쭉 깊이 있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