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 시대] 골드만삭스가 '파워집단'으로 떠오른 비결…"회사, 그다음은 국가"

입력 2017-01-18 19:28
공직진출 적극 장려

창의력·다양성·팀워크 중시
역사·문학 전공자까지 채용

퇴사 뒤엔 공공서비스 강조
전통·조직문화로 자리잡아


[ 뉴욕=이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발탁 기준으로 강조한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골드만삭스에서만 나올 수 있을까. 직원 숫자로만 보면 골드만삭스는 3만3000여명으로 23만명이 넘는 JP모간체이스의 약 7분의 1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회사의 인재 선발이나 평가 방침은 물론 공직 진출에 대해 공식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우리에게는 회사를 위해 일한 뒤 국가에 헌신하는 전통이 있고, 이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짧은 답변만 보내왔다.

익명을 요구한 골드만삭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출신은 DNA부터 다르다”며 “뛰어난 실적을 요구하면서도 팀워크를 중시하고, 고객과 사회에 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탁월한 문제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이끌어주는 문화도 골드만삭스가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건, 멍청하거나 게으르거나 프로페셔널하지 않으면 골드만삭스의 파트너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생존할 수 없다”며 “골드만삭스는 매우 영리하고 귀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꽃’으로 불리는 골드만삭스 파트너는 선발되는 것 그 자체로 민간과 공직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로 검증받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골드만삭스에는 공공서비스를 위해 회사를 떠나는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다”며 “회사 측도 직원들이 그런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사고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골드만삭스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기업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최고의 인재를 뽑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서로 다른 학교에서 뽑는다는 설명이다. “경영학 외에도 공학, 수학, 역사학 전공자는 물론 문학과 시를 전공한 학생까지 선발해 조직의 다양성과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력을 키우도록 한다”고 말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회사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1988년 파트너 자리에 올랐을 때 ‘당신의 부고 기사에 골드만삭스에 관해 3단 이상 쓸 수 없도록 다양하게 경력을 관리할 것을 기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직원 대부분은 48~50세에 회사를 떠난다”며 “그때까지 충분한 돈을 벌게 되고, 그다음은 자선사업을 하거나 공직에 몸을 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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