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령화 시대 '은퇴'란 말부터 없애라

입력 2017-01-12 17:25
폭력적인 세계경제

장에르베 로렌치 / 미카엘 베레비 지음 / 이영래 옮김 / 미래의창 / 288쪽 / 1만5000원


[ 고재연 기자 ]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자국 우선주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등으로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치닫는 듯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선거 결과와 중국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세계는 저성장 국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에르베 로렌치와 미카엘 베레비는 《폭력적인 세계경제》에서 “세계 경제의 궤적은 우리가 지금 익숙해져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혼란의 시기에 세계 경제가 직면한 여섯 가지 제약을 하나씩 분석한다. 그 여섯 가지 제약은 기술의 둔화, 고령화, 불평등, 산업 공동화, 금융 유동성, 저축과 투자 문제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 진보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188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수많은 기술적 혁신이 등장했다. 전기, 전화, 텔레비전, 자동차, 비행기가 개발됐고, 대량생산 시스템이 갖춰졌다. 하지만 이후로는 인터넷 발달을 제외하고 인간의 삶을 확 바꿔버릴 만한 획기적인 기술이 나타나지 않았다. 선진국은 고령화 영향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개발도상국은 선두 국가에서 공급하는 기술을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다.

고령화로 인한 연령 구조의 변화 역시 문제다. 연령 구조 변화가 청년층의 실업 문제로 이어졌다.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이 늘어나면서 투자 자금 조달은 어려워진다. 고령화된 선진국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산업시설이 이전하면서 산업 공동화 문제도 생겨났다.

유산을 통해 얻는 부가 소득을 통해 얻는 부보다 현저히 커지는 상황에서 양극화는 심화됐다. ‘그림자 금융’의 규모는 전통 은행권이 관리하는 자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로렌치가 지적한 제약 중 절반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문제다. 저자가 이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젊은이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는 시계’를 꼽는 이유다.

로렌치는 우선 은퇴라는 시기를 정하지 않고 일하는 연령과 일하지 않는 연령 사이의 단절과 휴지 기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이 연금생활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일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제적 인구 이동을 막는 장벽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경을 열고, 자국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노동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키는 방법으로는 세대 갈등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