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 전문가들 진단
[ 시카고=이심기 기자 ]
“미·중 간 무역전쟁에 한국이 최대 희생양이 될 것이다.”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만난 국제무역과 아시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재정 확대와 보호주의 정책이 충돌하면서 무역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노스웨스턴대 국제경제연구소장인 마틴 아이첸바움 교수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차기 정부의 모든 정책이 모호하지만 재정을 확대해 수요를 늘리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정책이 ‘위험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미국을 강경일변도의 통상정책으로 몰고 가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재정을 위험 수준까지 몰고 가는 만큼 이를 무역흑자로 만회하기 위해 통상압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재정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외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1980년대처럼 미국은 재정과 무역 양쪽에서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대 아시아통화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도 이 같은 전망에 동의했다.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며 감세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쌍둥이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화가 5% 강세가 되면 3년간 실질수출이 3% 줄어들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년간 0.75%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아이첸바움 교수는 “미국의 최대 교역 흑자국인 중국이 미국의 수입제한, 관세 인상에 맞서 보복에 나서면서 대규모 통상전쟁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