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차, 라스베이거스 도심 질주

입력 2017-01-04 18:05
수정 2017-01-05 06:14
한경 데스크·혁신TF '대변혁의 현장' CES를 가다

일반인 탄 현대차 아이오닉…번화가 밤거리 자율주행
'달리는 생활공간' 현실로

"주인님 …" 운전자와 대화하는 '감성차' 도로를 점령한다

2040년 차종 70%가 자율주행
보험·법·도시설계 모두 바꿔야…누가 하청업체로 전락하나
완성차-IT업체 '서든데스'


[ 이건호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쇼 CES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큰 도로인 스트립.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자율주행자동차는 혼잡한 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교차로에서 빨간불이 켜지자 정지선에 섰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정확히 인식해 멈췄다. 빛 반사가 많아 어렵다는 도심 밤거리 주행도 문제 없었다. 4.3㎞ 구간을 달리는 동안 운전석에 앉은 현대차 연구원은 운전대나 액셀·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도 조작하지 않았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이날 전세계 기자들을 태우고 40번 가까이 자율주행 시범을 보였다. 오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직원이 아니라 일반인을 태우고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한 것은 세계 자동차업체 중 처음이다. 이번 CES에서 자동차는 당당한 주인공이다. 130년 전에도 이런 혁신이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말 없이 달리는 마차(馬車)’는 카를 벤츠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1886년 탄생한 최초의 자동차 ‘파텐트 모터바겐’이다. 당시 누구도 마차에 엔진을 부착하려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올해 CES 참가자들의 눈길도 자율주행차로 모아지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폭스바겐은 다양한 자율주행 체험 행사를 마련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를 예고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 표준 개발 전문기구 IEEE는 2020년께 완전 자율주행차가 출시되고 2040년에는 전 차종의 75%가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이 융합된 자율주행차는 혁신과 혁신이 합쳐진 초혁신의 종합체로 불린다. 손의 진화를 가져온 직립보행과 맞먹는 선물을 인류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정도다. 보험산업은 물론 기존 법률 체계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어서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가 사무실이 됐다가 휴식처로 변하고 놀이터(레저공간)도 된다. 차량 움직임을 한곳에서 모니터링해 교통체증을 최소화한다. 교통사고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자동차업체에 동시에 주어진 위기이자 기회다. 구글 애플 삼성 LG의 ICT 진영과 GM 도요타 벤츠 BMW 현대자동차 등 기존 자동차업체 간 주도권 싸움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누가 누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느냐의 생존 싸움이다.

뒤쫓는 처지인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기술 연구개발에 제약이 많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자율주행으로 일어난 사고나 해킹에 의한 오작동에 대한 보상 근거와 보험상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최초의 자동차 파텐트 모터바겐이 탄생한 지 130년 만에 자동차(自動車)가 본래의 이름값을 하려고 한다. 자동차가 ‘주인님…’하면서 말을 걸어올 날도 머지않았다.

라스베이거스=이건호 지식사회부장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