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남느냐, 떠나느냐…고민 빠진 파산부 판사들

입력 2017-01-03 18:15
수정 2017-01-04 05:27
서초동 24시


[ 이상엽 기자 ] 파산 및 회생사건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회생법원’이 오는 3월부터 가동될 예정이어서 요즘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소속 판사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회생법원은 행정법원, 가정법원, 특허법원에 이은 네 번째 전문법원이다. 그동안 회생법원 신설을 놓고 법무부와 대법원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있었지만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 개정안이 전격 통과됐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진 것으로 파산부 판사들은 갑작스러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설립 준비에 여념이 없다.

판사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파산부 근무 가능 기간인 3년을 채워가는 판사는 이 기회에 전문법관으로 남을지, 보직 변경을 신청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회생법원은 별도 건물이 지어질 때까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건물을 사용한다. 회생법원에 남으면 회생 전문 판사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지방 등에서 순환보직을 할 필요 없이 일정 기간 서울에 남을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파산부 소속의 한 판사는 “다음 보직은 지방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에 머물러 있어야 해 겸사겸사 이곳(파산부)에 남을지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아직 회생법원에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는 판사들도 있다. 파산부 소속으로 2년 넘게 일해온 또 다른 판사는 “아무래도 판사의 꽃은 형사부이기 때문에 계속 파산부에 남는 것이 경력상 바른 선택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워낙 전문 분야이다 보니 ‘공부’ 스트레스가 많고, 형사재판 등에 비해 정적이어서 본인 적성에 맞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산부는 설립에 맞춰 희망자 지원을 받고 있다.

회생법원 설립에 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거나 회생조차 어려워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지난해 11월 기준 총 1533곳으로 사상 최고치다.

김정만 파산부 수석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는 “회생·파산 신청이 계속 늘어나고 사건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판사 개인이 전문성을 갖출 뿐만 아니라 법원 자체를 회생 업무에 맞게 전문화하자는 취지가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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