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대형마트는 오히려 지역 소매업 고용을 늘렸다

입력 2017-01-01 18:24
수정 2017-01-02 05:30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대형마트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결과 소매유통업은 전통시장 중심의 상권에서 대형 체인점 위주로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 형태도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편리한 쇼핑 환경에서 식료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필품을 한 번에 구입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대형마트 확산은 낙후한 소매업의 현대화를 촉진하고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대형마트 확산이 영세 소매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아래 시장 진입 및 영업시간 규제가 도입됐다. 규제는 대형마트가 소매업의 고용과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엄밀한 평가 없이 도입됐다. 이후 규제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다. 필자는 1997~2010년 통계청의 지역별 대형마트 입점 수와 고용 인원 자료 등을 이용해 대형마트의 시장 진입이 해당 지역 소매업 고용에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를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형마트가 신규로 진입할 경우 해당 시·군·구 지역에서 대형마트 1개 진입 시 평균 200명가량의 소매업 고용인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자체가 유발한 고용을 제외하고도 약 70명의 고용 순증가 효과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형마트의 진입은 동네슈퍼, 채소가게, 전자제품 상점 등 소규모 자영업과 전문소매업의 고용을 증가시킨 반면 10인 이상을 고용하는 중형 슈퍼마켓의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는 식료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즉 대형마트와 비슷한 상품 구성과 판매 형태를 갖춘 중형 슈퍼마켓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형 슈퍼마켓의 감소는 오히려 경쟁 상대인 소규모 상점에 호재로 작용해 고용이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대형마트의 확산은 기존 ‘전통시장과 중형 슈퍼마켓’으로 이뤄진 시장 구도를 ‘대형마트와 다양한 전문상점’으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상권을 형성하고, 이 과정은 소매업 고용의 증가를 유발했다.

왜 필자의 연구는 주변 동네슈퍼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 것일까.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 소매업의 전체 고용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진입한 지역의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이를 대형마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인과관계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가 진입한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더 많은 고용 감소가 발생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대형마트 확산으로부터 소규모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실증 분석 결과는 대형마트의 진입은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필자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필자의 연구는 사회·정치적 요구를 반영해 규제를 도입하고자 할 경우 새로운 기술과 유통 체인의 확산, 소비자 선호 변화 등에 의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매업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선행돼야 함을 보여준다.

전현배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이 글은 <저널 오브 컴패러티브 이코노믹스>에 실린 ‘대형마트는 소매업 고용을 증가시켰는가? 한국의 사례’(이윤수(서강대), 조장희(제주대) 공저)를 요약한 것입니다.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