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수 기자 ]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영진들이 주식을 취득해 주주들의 불안한 심리를 달래는 것은 물론,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으로 추가 하락을 막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젬백스와 차바이오텍 경영진들은 최근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젬백스의 김상재 대표와 김기웅 이사는 1만1000주의 젬백스 주식을 샀다.
김상재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며 "이번 주식 매입은 미국 금리인상 및 국내 정세 우려 등으로 회사 미래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한 책임경영 및 회사 성장에 대한 의지"라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은 최종수 대표와 이수형 경영관리실 전무, 김주황 계열사관리실 전무, 장충린 IR·공시담당 전무 등이 5000주의 차바이오텍 주식을 매입했다.
장충린 전무는 "이번 경영진들의 주식 매수는 최근 차병원 그룹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따른 오해로 차바이오텍 주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결정"이라며 "경영진들의 회사에 대한 미래가치 확신과 책임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며, 추가적인 매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도 지난 16일부터 전날까지 회사 주식 1만7746주를 추가 매입했다. 특히 케어젠이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 대표는 케어젠 주식 취득을 통해 중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을 표명한 것이다.
이들을 나서게 한 코스닥 시장의 최근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수혜주와 피해주가 나타나고 있는데, 수혜주는 대부분 대형주에 몰려 있다"며 "중소형주 위주인 코스닥 시장에 트럼프 피해주가 많은 것도 최근 지수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경영진의 개인 돈을 이용한 주식 취득은 물론 회사 자금을 통한 취득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은 13건의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 체결 및 연장을 공시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8건이었다.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이란 계약 증권사를 통해 일정한 가격대에 회사 주식을 취득키로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회사가 생각하는 저평가 구간에 들어가면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 때문에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한다.
경영진이나 신탁을 통한 회사 주식 취득은 주가 및 회사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데는 긍정적이란 관측이다. 다만 사채를 많이 발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상당 부분의 운영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주가가 권리 행사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 경우 채권자가 만기 전 상환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 취득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가 하락으로 인해 채권자가 자금 상환을 압박하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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