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우려가 기대로 바뀌고 있다. 당선 직후의 분위기와 달리 시장 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연이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다우지수가 1만9000선을 넘어섰고 장단기 금리차와 달러도 연초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그간 추상적으로만 바라봐 왔던 트럼프의 공약이 구체적으로 분석되면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오전 10시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4포인트(0.11%) 오른 1985.61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호재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7.22포인트(0.35%) 오른 19,023.8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1만9000선에 도달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경기 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미국 장단기 금리차는 대선일 이후 28.6bp 상승한 128.3bp를 기록했다. 미시간대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제조업 부양 및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정책 기대감에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권이 '트럼프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도드-프랭크법(대형은행에 대한 자본 및 영업 규제 강화에 대한 법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트럼프 인수위는 도드-프랭크법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 금융사의 자본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 이슈가 더해지며 트럼프 당선 이후 급격히 반등했던 금융업종의 이익 개선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업종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신성장사업에도 트럼프의 '규제 철폐 정책'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생산성이 필요하다"며 "바이오·핀테크·공유경제·무인차 등의 신성장사업은 기술이 아닌 규제가 걸림돌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규제 철폐 정책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의 강달러가 불러온 신흥국 증시의 유동성 부담도 머잖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TPP 철폐, NAFTA 전면 재협상 또는 탈퇴,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 환경을 개선시키고자 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문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상충된다"고 평가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신흥국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일말의 노이즈 구간을 통과한 후에는 다시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당분간 대형주 위주의 접근법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연말까지 외국인 수급에 의존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접근 방식을 고려하면 시가총액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 증시에서는 중소형 지수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중소형주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면서 "내부 수급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중소형주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내부 노이즈 해소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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