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외고수들의 투자전략] "통화량 그래프를 보세요…집값 크게 안 떨어집니다"

입력 2016-11-21 18:54
6만명 재테크 동호회 이끄는 '아기곰' 문관식 씨

시중에 풀린 만큼 돈 가치 하락
부동산으로 자산가치 방어 심리


[ 문혜정 기자 ] “2017~2018년 예상되는 주택 공급과잉(입주물량 70만여가구)이 국내 모든 지역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수요가 탄탄한 서울·수도권 상당수 지역의 아파트값은 크게 조정받지 않을 겁니다.”

국내 최대 5만8000여명의 실명 회원을 둔 부동산 재테크 모임 ‘아기곰 동호회’ 운영자인 ‘아기곰’(필명, 본명 문관식·56·사진). 그는 국내 대표적인 재야 부동산 고수로 꼽힌다. 작년 말엔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와 달리 올해 부동산 시장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해 적중시켰다. 그런 그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부동산 시장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목받는 공급과잉 우려와 전매제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11·3 대책’에 대해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정부 대책이나 부정적인 전망을 ‘오버’(과대 해석)해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염倖?제대로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기곰은 ‘11·3 대책’이 기존 주택시장,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실수요자에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을 겨냥해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단기적인 집값 조정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2003년 초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새 정부하에서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그 대응전략’이라는 글을 한 부동산 포털에 올리면서 이름(아기곰)을 알리기 시작했다. “감(感)이 아니라 객관적인 통계분석에 기반한 전망을 닥터부동산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당시 검색수가 폭증하면서 해당 사이트가 다운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기곰은 당시 대형 정보기술(IT) 제조업체인 S사의 미국 법인에 근무하던 터라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필명을 사용했다. ‘문’을 거꾸로 세워 읽으면 ‘곰’이 된다. 퇴직 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부동산 투자 관련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그는 “오히려 내년에 국내 기준금리는 더 내릴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는 “상반기까지 실질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무역수지 흑자 규모 4~5위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로선 원화 강세와 금리 인상이 모두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저금리와 통화량 증가가 전세가격과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1998년 대비 2015년 말 기준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약 255%(국민은행 통계), 같은 기간 통화량(광의통화량, M2) 증가는 251%(한국은행 통계)로 비슷한 궤도를 그린다”며 “시중에 돈이 풀리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부동산(자산)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전국 집값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면, 올해는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차별화가 이뤄졌고 내년에는 수도권 안에서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기곰은 “(용인이나 김포 한강신도시, 평택처럼) 미분양이 쌓이는 곳은 해당 지역 수요가 주택 공급을 모두 소화할 수 없거나 현재 구입할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미분양이 없고 전세가격(주택 실사용가치)이 높은 지역, 남들도 살고 싶은 아파트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주택 투자는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너무 올라 당분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2~3년 내 미국이나 유럽, 중국발 악재 등으로 사람들이 공포감에 휩싸여 괜찮은 아파트를 시세보다 5000만~1억원 이상 싸게 내놓는다면 무조건 사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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