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 인터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뿐 아니라 양궁의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55·사진)는 지난달 20~22일 서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가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꿈의 무대이자 대중 스포츠로서 양궁의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보여주는 계기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대회가 위축된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가 어떻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전종목을 석권한 대한양궁협회가 ‘올림픽을 뛰어 넘는 최고 대회’를 목표로 4년여의 준비 끝에 올해 처음 선보였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4억4400만원의 파격적인 상금에 랭킹 포인트에 따른 참가선수 선발 등 새로운 시도로 대회 개최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장 전무는 “2012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협회장 주도하에 협회 안팎에서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올림픽에 맞먹는 규모와 수준을 갖춘 대회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양궁선수 출신인 장 전무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양궁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한국 양궁의 세계 재패를 이끌었다. 지난해 협회 전무이사에 오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총괄디렉터를 맡아 동분서주 했다. 무엇보다 초·중·고 선수를 포함해 현재 협회에 등록된 1600여명의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사실 걱정도 컸다”고 털어놨다.
전국남녀종합선수권, 전국체육대회 등 국내 5개 대회 성적에 따른 포인트 점수로 출전자격을 부여한 이번 대회에는 장혜진(LH), 기보배(광주시청), 구본찬(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 등 남녀 76명씩 모두 152명이 참여했다. 국가대표 및 상비군 소속 24명을 비롯해 고등부, 대학부에서 각 40명씩 그리고 일반부에서 48명이 출전해 우승을 향한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다.
대회는 대성공이었다. 무엇보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새로운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효과가 컸다. 한국 양궁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자는 목표를 100% 달성한 셈. 장 전무는 “소수점 차이로 태극마크 주인공이 결정될 정도로 선수 간 실력차가 없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보다 태극마크 달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며 “아쉽게 올림픽 출전기회를 놓친 선수들 뿐 아니라 아직 어린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쟁쟁한 선배들과 실력을 겨루는 도전의 장으로서 대회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깜짝 스타도 등장했다. 김선우(경기체고)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한명씩 이기고 결승에 진출, 리우올림픽 영웅 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과 나란히 결승무대에 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여자부에서도 예선에서 64위를 기록해 턱걸이로 본선에 진출한 한희지(우석대)가 무서운 뒷심을 보이며 결승까지 올라 이번 대회 깜짝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장 전무는 “이번 대회에서 리우올림픽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승윤과 최미선(광주여대)이 우승을 차지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김선우, 한희지 등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의 선전이 팬들에게 감동도 선사했지만 동시에 동료 선수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제가 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회는 협회, 선수, 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회였다고 자부합니다. 양궁이 관람 스포츠로서 충분한 흥행 요소를 갖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 개선해야 할 사항들은 하나씩 보완해 다음에 열리는 대회에서는 더 많은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도록 해야죠”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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