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다 갚은 경남 '비상금 1000억' 모은다

입력 2016-11-14 18:20
경제위기상황 대비
재정안정화 적립금
5년동안 200억씩 쌓기로


[ 김해연 기자 ]
경상남도는 재정 위기상황에 대비해 ‘재정안정화 적립금’ 1000억원을 조성해 운용한다고 14일 발표했다.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재정안정화기금’ 도입에 발맞춘 것으로, 올해 달성한 채무 제로(0)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흑자재정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적립금은 내년부터 매년 200억원씩, 2021년까지 1000억원 조성이 목표다. 매년 결산할 때 지방세나 순세계잉여금 초과분이 발생하면 이 가운데 일부를 적립하기로 했다. 적립비율은 초과분의 30% 이상이며 시기는 매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로 잡았다.

도는 재정안정화 적립금의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 재정안정화 적립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음달 도의회 의결을 거쳐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도내 11개 시·군도 적립금 제도에 동참하기로 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도는 적립금 도입에 앞서 지난 20년간 재정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5년 단위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대책 580억원, 2009년 국제금융위기 대책 2423억원, 2012년 부동산·리스차량 취득세 감소 대책 2928억원 등 그때마다 부족분을 지방채 발행 등 빚을 내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도는 적립금을 △경기 위축 등으로 세입 급감 △대규모 재난·재해 발생 △대규모 사업 긴급 진행 △지역경제 활성화 필요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가 재정안정화기금 적립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도가 앞장설 수 있는 것은 올해 달성한 채무 제로가 큰 힘이 됐다. 도는 지난 6월1일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채무 제로를 공식 선언했다. 홍준표 지사 취임 직후인 2013년 도 부채는 1조3488억원에 달했고 재정상황은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홍 지사는 곧바로 고강도 재정건전화 작업에 착수해 3년6개월 만에 빚을 정리했다. 선심성 사업 폐지와 보조사업 재정 점검, 산하기관 구조조정 등 행정개혁으로 6464억원을 갚았다. 거가대교 재구조화, 체납·탈루·은닉 세원 발굴, 비효율 기금 폐지 등 재정개혁을 통해 7024억원의 도비를 절감했다.

도는 그동안 채무상환에 사용하던 예산을 경남의 미래를 다지는 데 쓰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채무상환에 사용하던 1076억원을 경남 미래 50년 사업과 서민복지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서민복지 예산은 2조6351억원(전체 예산의 37.9%)으로 4년 연속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하병필 도 기획조정실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재정안정화 적립금 제도는 국가 총부채가 5000조원에 육박하고 광역자치단체 빚이 평균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흑자 도정의 기반을 세웠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재정의 효꼈봉?높이고 계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해 지자체 재정개혁의 롤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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