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스위스와 영국 과학자들이 뇌 센서와 전기 자극 장치를 이용해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6일만에 다시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치에 사용된 부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 허가까지 받아 수 년내 실제 하반신 마비 환자 재활에 활용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와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걸음걸이를 관장하는 뇌 신호를 척수에 전달하는 ‘무선 뇌 척수 인터페이스 장치’를 개발해 다리가 마비된 원숭이를 6일 만에 걷게 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일자에 발표했다. 임상 시험에 참여한 요셀린 블로흐 로잔대 의대 교수는 “이 장치를 통해 처음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도 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의 걸음걸이를 관장하는 뇌 영역은 대뇌 운동 피질로 알려져 있다. 뇌에서 나타난 신호는 신경회로인 척수를 통해 다리 근육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뇌 신호가 다리 근육을 자극하는 신호로 바꾸는 해석(디코딩) 단계를 거친다. 사고로 척수를 다친 환자는 뇌 신호가 다리까지 전달되지 못한다. 회로가 끊겨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무선 뇌 척수 인터페이스는 뇌에서 나타난 운동신호를 다리 근육을 자극하는 신호로 바꾸는 장치다. 연구진은 먼저 다리 운동을 관장하는 대뇌 운동 피질 영역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원숭이 뇌에 심었다. 원숭이가 걸을 때마다 뇌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단계적으로 포착하고 어떤 다리의 근육을 자극해 움직이게 하는지를 해석했다.
이와 별도로 원숭이 척수에서 다리 근육을 자극해 오그라들게 하거나 늘리는 이른바 ‘핫스폿’ 부위에 전기 자극장치를 달았다. 이 전기자극 장치는 뇌에 설치한 센서와 무선(無線) 통신으로 연결된다. 손상된 신경회로 대신 무선 장치를 통해 뇌 신호를 척수에 설치한 전기 자극장치로 보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하반신이 마비된 붉은털원숭이 두 마리에게 이 장치를 심어 러닝머신과 보통 땅에서 걷게 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실험 영상을 보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6일째 되는 날부터 걸음걸이를 조금씩 회복했다. 7일째부터는 건강했을 때 수준처럼 다리를 구부렸다 펴는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한 마리도 2주일 만에 걸음걸이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신호를 해석해 마비된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연구는 이전에도 진행됐다. 이미 뇌 신호를 분석해 의수나 로봇팔을 제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마비된 손에 전극을 심어 움직이게 하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보행에 관여하는 다리 근육이 작동하는 양상이 복잡하다 보니 하반신 마비 환자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활용된 무선 뇌 척수 인터페이스가 수 년내 원숭이에게서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치에 사용된 부품 상당수가 이미 인체 사용이 허용된 부품이어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주 되?앤드루 잭슨 뉴캐슬대 교수는 “2020년까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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