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 금리인상 대비
기업들 미리 자금 조달
회사채 새 발행 거의 없어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8일 오후 4시20분
회사채 시장이 연말을 7주가량 앞두고 벌써 폐장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내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자금을 미리 조달한 탓에 연말까지 새로 발행될 회사채 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금융회사·공기업 제외)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4조7541억원어치로 작년 10월(4조2321억원어치)보다 12.3% 증가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직후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선발행한 결과”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하반기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롯데그룹을 제외하고는 연내 회사채 발행을 계획한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말 각각 1000억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인 롯데렌탈과 롯데칠성음료의 말盈ㅀ?올해 마지막 물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내년 이후로 연기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달 들어 호텔신라 GS칼텍스 KT 삼성디스플레이 CJ(주) SK종합화학 LG화학 등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새 채권을 발행해 갚는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자금 조달 시기를 미룬 기업이 늘어나면서 올해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2013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국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45조9055억원어치로 전년 동기(51조1737억원어치)보다 10% 줄어들었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8일 현재 -9875억원)도 2014년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 감소세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내린 틈을 타 상당수 기업들이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당분간 채권 발행 수요와 빈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경기 부진에 따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을 이유로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채권 발행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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