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피니언] 제조업과 운송업 사이…자동차, 경계선을 넘다

입력 2016-10-25 16:31
수정 2017-03-24 19:33
Auto Times의 확대경



전통적인 의미에서 자동차 사업은 제조 및 판매업이다. 사려는 소비자가 돈이 없거나 부족하면 자동차 회사가 직접 설립한 할부금융회사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후 서비스는 운행 관리를 돕는 역할이다. 자동차 회사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문제없이 굴러가도록 해주면 된다.

그런데 자동차를 대량으로 구입한 다음 그 차를 이용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돈을 받고 사람 또는 화물을 이동시켜주는 사업이 있다. 바로 운송업이다. 운송사업자는 자동차 제조사의 큰 고객이다. 신차 등이 나올 때마다 운송업 종사자를 별도로 모아 제품 설명회를 여는 이유다. 렌터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오랜 기간 자동차 제조업과 운송업은 별개의 사업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완성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회사가 운송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경쟁을 통해 납품하는 것보다 직접 운송하면 판매와 운행 수익이 동시에 보장되기 때문이다.

운송업 진출의 시작은 포드가 앞장섰다. 포드는 ‘투 포드’ 전략을 마련한 뒤 전통적인 제조업 외에 교통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자동차로 사람 또는 화물을 이동시키겠다는 얘기다. “치열한 경쟁으로 생산과 판매 수익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운송까지 직접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쟁의 치열함은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완성차 브랜드는 모두 42개고, 제품 종류만 283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미국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브랜드는 여전히 줄을 서 있다.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도 예외가 아니다.

신차 시장은 더 이상 급속히 늘어나지 않는다. 포드로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고, 결국 운송업으로 눈을 돌렸다.

자동차 기업이 운송업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짝 긴장하는 쪽은 역시 운송업계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자동차가 고속버스 사업자에게 버스를 팔면서 직접 운송업을 하고, 롯데렌터카에 승용차를 팔면서 렌털 사업도 할 수 있다. 제조와 대여, 운송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포드의 운송업 진출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어차피 설계가 단순해지는 전기차(EV) 시대로 넘어가면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신규 사업자 확대의 영향을 적게 받으려는 자동차 회사는 결국 운송과 렌털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말이다.

사실 완성차의 운송업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우버와 같은 카셰어링 회사를 앞다퉈 인수하는 것도 결국은 운송업을 염두에 둔 행보다. 지금은 승용차로 시작하지만 자동차 회사의 주력 업종이 제조업에서 운송업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고 부른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현재를 염두에 두면 그렇지만 시점을 미래로 가정하면 지나침은 없을 것 같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