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당직자와 의원 보좌진의 김영란법 궁금증은?

입력 2016-10-18 18:11


(은정진 정치부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벌써 한 달이 돼가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기관보다 김영란법에 민감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회입니다. 국회는 각종 지역구 민원, 공무원 민원, 기업 민원 등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각종 민원과 청탁으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고 하루에도 수만명씩 이해관계자들이 들락거리는 민원의 보고입니다.

제가 출입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18일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각 의원실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는 이름으로 특강을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느낀 점은 그동안 민원을 받아 정부에 전달해 해결하는 통상적인 청탁이 빈번하던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 그리고 당직자들이 여느 기관들보다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강의장 한쪽에 있던 한 보좌관은 “청탁과 민원 처리가 우리의 통상적인 업무 중 하나였는데 김영란법으로 아예 우리 업무 자체를 하지 말라는 건가”라는 볼멘소리도 던졌습니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청탁·민원인지, 부정한 청탁인지 당장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통상적인 금품 수수 가능 범위에 대한 정도만 언급되던 여느 김영란법 설명회와 달리 이날 특강에선 이 같은 국회 내 혼란이 그대로 질문으로 쏟아졌습니다. 가장 많이 제기된 질문은 ‘청탁과 민원의 차이’였습니다.

전현희 의원실 소속 한 비서관은 “민원사항을 중심으로 한 관련법 개정이 김영란법에 위반되냐”고 물었습니다. 이날 특강을 진행한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과장은 “국회의원이 제도나 법률을 바꾸기 위한 행동은 법 예외 사항으로 당연히 위반이 아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비서관은 “특정일을 정해놓고 민원의 날을 개최하는 것 역시 가능한거냐”고 질문했는데요. 허 과장은 “정부와 공기업에 해결을 요청하는 내용이 공익적 목적이면 괜찬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청탁은 부정청탁에 포함된다고 못박았습니다.

또다른 의원실 비서관은 “국회의원이 지역 민원을 직접 교육부에 전달해 특별교부금을 배정받아 지역구 내에 있는 학교에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것도 부정청탁에 들어가냐”고 묻자 허 과장은 “지역 민원은 민원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괜찬지만 의원이 절차를 무시하고 직접 나서면 문제가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이 사례는 법에서 예외 사유로 넣은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 고충민원 전달’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으로 마을이나 지역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 민원은 부정청탁이 아니다”고도 했습니다.

안규백 의원실의 정재민 보좌관은 보좌진의 핵심 업무에 대한 의구심을 던졌습니다. 정 보좌관은 “국회의원이 접수를 받은 지역구 민원과 관련해 해당 의원 보좌관이 의원 지시로 해당 공공기관에 전달할때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최근 권익위에 물어봤다”며 “권익위에선 의원이 직접 전달하는 거나 의원발로 정식 공문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좌관이 대신 전달해선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허 과장 역시 “국회의원이 직접하거나 보좌관이 민원을 제기하려면 의원 이름의 공문을 통해 전달해야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들과 직접적인 일해야하는 당 공보국 역시 김영란법에 상당히 민감한 모습이었습니다. 더민주 공보국 소속인 조종운 차장은 ‘공보국 직원과 기자와의 관계’, ‘당차원에서 제공하는 출입기자 경조사 지원’문제 등에 대한 김영란법 해당 여부를 물었습니다.

허 과장은 “공보국 당직자와 국회출입기자간 직무 관련성이 있기에 3만원 이내 식사와 5만원 이내 선물까지만 주고받을 수 있다”며 “경조사의 경우 당도 하나의 법인이기에 당 이름으로 10만원 이내 한 차례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식사와 선물 등을 제공하면서 출입기자에게 기사를 이러저러하게 바꿔달라고 요청하는건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해당된다고 했습니다.

조 차장이 제기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당 대표 및 지도부의 대외 일정을 공식 행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는데요. 그는 “당 대표 등 지도부 일정을 수행할때 함께 가는 기자들에 대한 버스 및 식사 제공 문제도 금품수수 금지에 해당되냐”고 물었습니다. 허 과장은 “당 공식 행사를 제외한 일반적인 당 대표나 현장 방문 및 행사 참석은 공식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조 차장은 “당직자 입장에선 당의 지도부 일정이라는건 당의 공식적인 행사로 볼 수 있다”며 “전당대회나 창립대회나 공청회 간담회 행사보다는 상황에 따라 당대표가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일정이 더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하고 기자들을 데리고 가는 것”고 반박했습니다. 허 과장이 “공식행사임을 엄격히 평가받아야한다”며 유권해석 여지를 남기며 결국 이날 끝내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아참, 이날 특강에선 알쏭달쏭한 퀴즈도 있었는데요. 저도 틀린 문항이 있었습니다. 과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일까요? 아닐까요? 한번 맞춰보세요

1)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이 시작하기 전 해당 기관장 공무원들이 의원실에 찾아와 당일 질의서를 미리 달라고 한다. 부정청탁일까.

=부정청탁 아니다. 14가지 부정청탁 행위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2)더불어민주당에 좋지 않은 기사가 나와서 당직자가 기사 수정 또는 삭제를 요청한다. 부정청탁일까.

=부정청탁 아니다. 14가지 부정청탁 행위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요청과 함께 3만원내 밥을 사면 안된다.

3)당직자 및 의원 보좌진이 골프 접대를 받을때 5만원 범위 내에서 접대받으면서 칠수 있을까

=안된다. 골프는 선물이 아니다.

4)의원실 지역구에 있는 언론사 출입기자가 승진했다. 축하난을 보내고 싶은데 경조사 목적으로 10만원 한도 난을 보낼 수 있나?

=안된다. 권익위가 인정하는 경조사는 상(喪)과 결혼을 의미한다. 승진 축하 난은 선물에 해당?5만원까지만 가능하다.

5)의원 간 또는 다른 의원실 보좌진 간 3만원 내 식사 가능하다?

=가능하다. 3만원도 가능하고 5만원이 넘어도 가능하다. 서로 직무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과 의원, 또는 다른 의원실 보좌진들은 동료에 해당한다. 직무관련성만 없으면 100만원넘게 먹어도 된다. 단 예를들어 같은 국회의원이라도 국회 윤리위원회 소속 의원과 윤리위 제소를 당한 의원은 직무관련성이 있어 안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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