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손잡고 성과연봉제 거부한 박원순…정부 "인건비 동결" 압박

입력 2016-09-30 18:20
정부 노동·공공개혁 '흔들'
금융노조, 성과연봉제 소송 예고
"타 기관 확산땐 걷잡을 수 없어"

코레일, 노조 파업에 초강수
노조 지도부 9명 형사 고소…대체인력도 3000명 뽑기로
노조 "파업권 무력화 시도" 반발


[ 강경민 / 백승현 기자 ] 서울시가 노동조합과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공공·금융부문 노조가 지난 22일 파업을 벌이자 서울시가 사실상 노조와의 ‘공동 대응’을 선언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공공개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반기에 정부 ‘최후통첩’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공성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라며 “서울시만이라도 공공기관 평가의 잣대를 바꿔보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사는 29일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합의’ 하에 결정하기로 하고 파업을 사흘 만에 끝냈다.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성과연봉제 도입 의지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지하철 파업 종료로 국민 불편이 최소화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성과연봉제에 대한 서울시의 명확한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이번 합의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선 내년 인건비를 동결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19개 국가 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뿐이다. 인건비가 동결된다는 건 근로자 연봉이 동결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서 감점 3점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가점을 받은 기관과 점수 차가 4점까지 벌어져 경영평가 등급이 2등급가량 낮아진다. 성과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코레일에 불똥…2013년 파업 재연 우려

사실상 노조 승리로 끝난 서울지하철 파업은 철도 파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 코레일은 이날 노조 지도부 9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했다. 또 대체인력 3000명 채용 방침을 세우고 이날 1000명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대상은 파업 종료 때까지 일하는 일용기간제 신분이지만 최소 1개월의 급여(300만~350만원)를 보장받고 향후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 혜택을 받는다.

코레일이 대규모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파업 무력화’ 카드를 빼들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을 무력화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채용 중단을 요구했다.

철도 대체인력 투입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12월 최장기(23일간) 철도파업 때도 코레일은 660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후유증도 컸다. 파업 주동자 11명이 해고됐고, 35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돼 4명이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고, 이후 노·정 갈등은 극에 달했다.

부산지하철은 이날 사측에 재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노조원 7125명(40.7%)이 참여한 ‘나홀로 파업’을 이어갔다.

◆정부의 노동개혁 판 깨질 수도

정부는 서울지하철 노사합의 사례가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사례가 철도노조를 넘어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산되면 박근혜 정부가 3년 넘게 공들여온 노동개혁과 공공개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이번 연쇄파업의 포문을 연 금융노조는 11월 2차 총파업 예고와 함께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사례를 보고 다른 공공기관 노조에서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백승현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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