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으로 부당이득 외국계 회사는 탈세로 고발…KT&G만 제외된 까닭은

입력 2016-09-22 17:24
인상 전 생산 안 늘려

"유통과정 이익 사회공헌"


[ 김용준 기자 ] 2015년 1월1일자로 담배 가격이 인상됐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이 발표되자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이를 세금 인상 뒤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감사원은 이를 탈세로 보고 22일 관계기관에 고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감사원 발표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KT&G는 없었다. 담배 가격 인상 전 생산을 늘리지도 않았고, 사전에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이행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서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매점매석 고시’를 어겼다고 밝혔다.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재고를 크게 늘려 2015년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T&G는 고시에 따라 이 기간 공장 출고량을 줄이는 대신 판매점 공급을 늘려 재고를 줄였다. 하지만 담배 생산에서 판매점에 도착하기까지 1~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통수익이 발생했다. 담뱃세가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에 2014년 공장에서 반출돼 2015년 팔린 일부 제품은 갑당 1768원의 유통수익이 발생했다. KT&G는 작년 4월 “유통수익은 정상적인 판매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라 2014년 584억원이었던 사회공헌 예산을 지난해 808억원으로 늘렸다. KT&G복지재단과 KT&G장학재단 등을 통해 장학금과 각종 문화활동을 지원했다. 2018년까지 KT&G는 사회공헌에 3300억원가량을 쓸 계획이다. KT&G는 또 최근 잇따른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주지역 문화재 복원을 위해 복구성금 5억원도 내놨다.

업계는 감사원이 KT&G가 정부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G 관계자는 “KT&G는 담배 농가 지원을 위해 외국산에 비해 두세 배 비싼 잎담배를 국내 농가로부터 전량 구매해 담배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