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7년간 원전지원금 '이웃다툼'

입력 2016-08-30 18:33
수정 2016-08-31 05:52
2050억에 두쪽난 지역사회
신고리원전 5·6호기 유치
서생면 주민 사용처 갈등
일부 마을 "원전 건립" 소문에
보상금노린 가건물 난립

기존 지원금'물쓰듯 펑펑'
울주에 국제축구장만 11곳
212억 쓴 간절곶스포츠파크
작년 경기장 이용은 30건뿐


[ 하인식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2010년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유치한 울산시 울주군에 지원하기로 한 원전지원금 2050억원이 7년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지원금 사용처를 놓고 협의 권한이 있는 서생면 주민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원전 건립지역마다 원전지원금을 놓고 주민들 간에 갈등을 빚는가 하면 보상을 노린 외지인의 가건물 건립이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 육상·해상 270만6000㎡에 2021년과 2022년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서생면 주민들은 원전지원금 집행권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5·6호기 유치가 확정된 2010년 당시 주민 대표기구?서생지역 21개 마을 대표로 구성된 서생면 주민협의회였다. 하지만 외지 출신 서생면 상가발전협의회가 주민협의회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하면서 주민들은 두 단체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엔 상가발전협의회가 주민협의회에서 주민 대표성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주민위임장이 상당수 위조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원전부지로 편입된 신리마을은 주민들이 이주보상대책위원회(136가구)와 비상대책위원회(50가구)로 갈라져 자신들이 원하는 토지보상 감정평가사 선정을 요구하는 등 3년째 다툼을 벌이다 최근 보상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고목마을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립부지에 포함된다는 소문이 퍼진 뒤부터 원룸 크기에도 못 미치는 가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등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는 2011년 초 85명에서 지난 5월 말 409명으로 5배가량 늘었다. 3.3㎡당 10만원 안팎이던 땅값도 50만원을 넘어섰다.

울산 울주군 12개 읍·면에 11곳의 국제 규격 축구장이 지어졌다. 인구 22만7000여명인 지역에 축구장이 이렇게 많은 곳은 전국에서 울주군이 유일하다.

울주군은 1999년 신고리 원전 3·4호기를 유치한 대가로 정부에서 지원받은 11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축구장 건설 등 스포츠센터 건립비로 썼다. 하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212억원이 투입된 서생면 간절곶 스포츠파크의 지난해 경기장 이용건수는 30건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울주군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지원금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초 유니스트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해 서생면 일원에 해양 패밀리파크 조성, 간절곶 일대에 에코랜드 조성과 해돋이박물관 건립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주민들 간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권혁수 에너지산업진흥원장은 “원전 지원금이 그동안 민원 무마용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용으로 쓰인 게 많았다”며 “지역균형개발에 사용되도록 원전 일대 주민들은 물론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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