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재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주식분할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주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주식의 액면가를 쪼개는 것이 '반짝 호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된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 조언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27개사다. 올해를 넉 달여 남겨두고 작년(28개사)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10개사가 주식을 분할했다.
주식분할은 자본금 증가 없이 액면가를 낮추고 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통상 유통주식 수 확대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이뤄진다.
액면가가 낮을수록 투자자들 접근성이 높아지므로, 주가는 대개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올해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 필링크, 아이오케이, 와이제이게임즈, 대림제지 등은 주식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급등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7일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이날부터 사흘간 종가 기준 17.10% 치솟았다. 당시 장중 상승폭은 더욱 커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달 15일 장 마감 뒤 주식분할을 결정한 필링크는 그 다음날부터 사흘간 19.28%(종가 기준) 급등했다. 이밖에 아이오케이, 대림제지 등도 주식분할 소식에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식분할을 실시하고 난 이후다. 액면가를 쪼개고 재상장한 경우 주가가 맥없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크라운제과는 재상장한 다음 이틀간 급등하다 이내 고꾸라졌다. 이날 현재 3만8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거래재개 후 기록한 연중 최고가(8만3500원)과 비교하면 약 54.49% 떨어진 것이다.
롯데제과도 재상장한 첫날 연중 최고가인 32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18만1000원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가를 기록, 석달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대림제지의 경우 거래재개 첫날 종가 기준 16.98% 급락한 데 이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주식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은 유동성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며 "주가 상승에 의미있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액면가를 낮춰 투자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개선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주가가 오름세를 탄 다음 주식분할이 이뤄지는 점도 상승 제한 요인으로 꼽았다.
황 실장은 "기업의 펀더멘털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분할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분할은 가격이 비싼 황제주 중 일부에게만 한정된 효과가 나타난다"며 "거래량과 주가 상승의 관계를 찾을 순 없다"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