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뤼크 페리 지음 / 김보희 옮김 / 글항아리 / 124쪽 / 1만원
[ 송태형 기자 ]
프랑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철학자 뤼크 페리는 현대 경제에 두 가지 성장 구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케인스식 경제성장’과 혁신을 진정한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슘페터식 경제성장’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논리가 더 타당하다고 본다.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생산품을 비롯해 업무 조직, 시장 개척, 생산 및 유통 방식, 원자재 등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모든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데 있다. 전 세계적인 경쟁구조와 영구적 혁신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본질이다.
페리는 《파괴적 혁신》에서 현대 사회에서 경제뿐 아니라 예술, 도덕, 언론, 과학, 사회운동 등 모든 분야의 동력이 된 혁신을 성찰한다. 그는 ‘파괴를 위한 창조’가 아니라 혁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종의 파괴가 나타난다는 ‘파괴적 혁신’에 강조점을 둔다.
저자에 따르면 출판혁명부터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발전의 바탕인 기술적 혁신은 초기엔 항상 창조적이기보다는 파괴적으로 보인다. 기존 생활 방식과 사회 관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뿐 아니라 초기에는 실업과 불평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역설적이게도 성장이 아닌 퇴보를 불러와서다.
저자는 혁신을 통해 나타나는 불안정성 등 부정적인 측면을 상세히 다룬다. 일부 현대예술 작품을 예로 들며 의미와 방향을 잃은 채 과거와 전통과의 단절에만 매달리는 ‘혁신을 위한 혁신’의 무가치성에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저자는 비관주의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혁신을 통해 현대인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 발전의 면모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는 다만 혁신이 지닌 파괴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역효과와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혁신의 이점을 최대로 누리기 위해 이런 분석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맹목적으로 혁신을 따라가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가능케 하는 동력과 그 목적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경제뿐 아니라 예술, 도덕, 지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통해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유의 범위를 한층 넓혀줄 기회를 제공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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