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와 LCD 매출 비슷해지는 2019년 노후 생산라인부터 정리
삼성의 LCD 라인 정리와 달리 당분간 '투트랙 전략' 유지
"휴대폰용 플라스틱 OLED 등 10조원 이상 투자할 것"
[ 노경목 기자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19, 2020년이 되면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사업 규모가 비슷해질 것”이라며 “이때까지는 현재의 LCD 사업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이날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있는데 LG는 그런 계획이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3~4년간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이 LCD에 대거 투자하면서 LCD 패널 값은 폭락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부터 국내에 있는 5개 LCD 공장의 문을 닫았다. TV용 대형 LCD를 생산하는 7공장은 OLED로 전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CD업계 1위(작년 4분기 시장 점유율 23.8%)인 LG디스플레이는 국내 11개 LCD 공장을 가동 중이며 폐쇄한 공장은 한 개뿐이다.
한 부회장은 “OLED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만큼 LCD 사업에서 수익을 내 OLED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OLED와 LCD 매출이 비슷해지는 시점이 오면 오래된 생산시설부터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고 수익성도 경쟁사보다 좋아 LCD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며 “중국이 초대형 LCD 투자를 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도 10.5세대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과 관련해 “2018년까지 앞으로 3년이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TV용 OLED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OLED를 중심으로 중국과 차별화하고 게임판을 바꾸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1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해 경북 구미에 플렉시블 OLED 라인을 짓고 있다. 파주에도 초대형 OLED 공장인 P10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 부회장은 “건설 중인 P10 공장에도 TV용 OLED와 플라스틱 OLED 설비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플라스틱 OLED는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쓴 OLED로 잘 구부러진다. 플렉시블 OLED라고도 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7엣지가 이를 사용한 대표적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스마트폰용 패널은 주로 LCD로 생산해왔다.
P10에 들어설 TV용 OLED 라인은 한 부회장이 집중적인 관심을 쏟는 곳이다. 65인치를 넘는 초대형 OLED 패널을 낮은 비용에 생산할 수 있는 10세대 이상 라인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비만 10조원을 넘는다. 회사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한 부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특유의 솔직함을 내보였다. “삼성과 비교해 플라스틱 OLED 투자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맞는 말”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플라스틱 OLED는 투자비가 많이 드는 만큼 시장성과 고객 요구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중국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한 플라스틱 OLED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와 삼성은 최근까지 적녹청백(RGBW) 방식 패널의 해상도 등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LG가 RGBW 방식 패널을 내놓자 삼성 측이 “초고화질(4K) 패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서다. 한 부회장은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우리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어려운 만큼 국내에서 경쟁사와 기술적 문제를 놓고 싸우기보다 중국, 일본 기업과 싸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상덕 OLED사업부장이 삼성 측 퀀텀닷 LCD 패널과 비교해 자사 OLED TV 패널의 장점을 설명하자 “그런 얘기 하지 말라”며 막기도 했다.
파주=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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