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평가 차단" vs "감평사제도 근간 흔들어"

입력 2016-07-13 17:57
수정 2016-07-14 05:12
국토부·감정원-감정평가협회 '담보평가 적정성 확인' 놓고 충돌


[ 이해성 기자 ] 오는 9월부터 대출받을 때 필요한 부동산 담보 평가에 대해 한국감정원이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게 된다. 특정 감정평가서에 대해 감정원이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한국감정원과 한국감정평가협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올초 부동산가격공시법,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 한국감정원법(이하 감정평가 3법) 시행령·규칙 등이 제·개정돼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협회는 “감정원에 특권을 주는 것이며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입법 재량을 벗어났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부실 감정평가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공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정평가서는 매년 50만여건이 발급되고 있다. 이 중 담보평가가 절반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나머지는 (수용 등에 관한) 보상평가, 재개발 전후 자산평가, 경공매 평가, 처분평가 등이다.

국토부·감정원은 권한 강화의 근거로 부정·사기대출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2013~2015년 새마을금고중앙회 부산지역본부에서 전국 17건, 210억원어치 부정 대출을 유도한 T감정평가법인 관계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초과 감정평가액은 101억원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출액이 매매가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정상적인 감정평가에서는 대출액은 담보평가액을, 담보평가액은 매매가를 넘을 수 없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지난 5월 발표한 100억원대 농협 부동산 사기대출 사건에도 쓸모없는 맹지를 뻥튀기한 감정평가사가 개입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달 밝힌 531억원대 분양 상가 담보 사기대출 사건도 마찬가지다.

감정평가 3법에는 국토부가 무작위로 감정평가서를 추출해 표본조사를 진행한 뒤 적절 여부를 판단, 해당 평가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국기호 감정평가협회장은 “감정평가사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간 발급되는 평가서 50만여건의 0.2% 수준인 1000여건에 대해 합법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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