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최고리스크 책임자들의 진짜 고민은

입력 2016-07-05 09:48
수정 2016-07-05 14:36


(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근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국내 5대 주요 은행의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표면적인 인터뷰 목적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각 은행에서 건전성·수익성 부문의 장단기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고 총괄하는 은행 CRO들은 그 누구보다 국내 기업의 재무·경영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할 뿐 아니라 주요 산업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분석 능력까지 갖추고 있거든요. 좁게는 특정 기업에서 넓게는 국내외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식견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은행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 조선·해운업에 이어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업종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한 자유로운 뒷얘기들에 좀 더 솔깃했던 건 사실입니다. 이들이 체감하고 우려하고 있는 은행업 위기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큰 수준이었습니다.

은행의 대내외적·직간접적인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장 낮은 강도의 위기를 1, 가장 높은 강도의 위기를 10이라고 했을 때 5개 은행 CRO의 평균은 7 정도였습니다. 은행별로 다소 편차는 있었지만 9라고 답한 CRO도 있었습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사실상 최악의 상황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평균치 수준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단순히 수익성 악화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장기 침체 속에서 일본 은행들이 겪었던 초기 모습이 한국 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저성장·저금리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핀테크(금융+기술)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 여·수신에 의존한 기존 은행의 수익 모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고,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연관된 중소법인 등에 미치는 파급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유례 없이 확대된 불확실성으로 과거에 비해 미리 위험을 관리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물론 은행업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테지만, 당분간 CRO들은 고민은 더 깊어질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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