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공시제도 '풍선효과'…주식선물 시장 '매도' 늘어나나

입력 2016-07-04 17:38
공매도 거래비중 2.5% 올 최저…투자금 주식선물로 유입될 듯
주식선물 37종목 추가 상장 예정…한미약품·LG생건 등 거래 늘 듯


[ 김익환 기자 ] 공매도 공시제도 시행일이 5일로 예정된 가운데 파생상품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공시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공매도와 비슷한 투자효과를 내는 주식선물 ‘매도’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금액 기준 공매도 거래 비중은 2.52%로 올 들어 최저치를 나타냈다. 종전 최저치인 지난달 29일(2.56%) 수준을 밑돈 것으로, 달라진 공시제도 시행을 앞두고 공매도 거래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 공시제는 개별기업 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공매도한 투자자에게 인적 사항과 종목명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시가 나가면 공매도 대상 기업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항의 민원이 몰릴 우려가 높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12년 11월 공매도 공시제도를 도입한 유럽연합(EU)도 제도 도입 뒤 공매도 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EU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의 롱쇼트(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투자방식) 투자전략 비중이 2004년 43%에서 2013년 38%로 줄었다. 2013년 EU의 롱쇼트 비중은 같은 기간 뉴욕 헤지펀드 비중(48%)을 밑도는 규모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투자 물량의 일부가 주식선물 매도 물량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선물 매도는 공매도처럼 해당 종목 주가가 내려간 만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공매도 투자금 일부가 주식선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파생상품시장이 점차 달궈지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개별 주식선물 하루평균 거래량은 70만3962계약으로, 작년(64만5684계약)보다 9.02% 늘었다.

주식선물 37종목(유가증권시장 31종목, 코스닥 6종목)이 오는 18일 신규 상장하는 것도 주식선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주식선물은 88종목에 그쳐 투자자들이 쇼트(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데 제약이 크다는 평가다. 신규상장으로 주식선물이 125종목(유가증권시장 110종목, 코스닥 15종목)으로 증가하면 투자자 저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상장 종목 가운데 한미약품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코스맥스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할 전망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 1일 기준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대차잔액 물량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공매도 물량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주식선물 매도로 전환하는 물량도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승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선물투자는 증거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공매도보다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효과가 높아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비중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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