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 빅3' 노조에 경고…"자구노력 없인 고용지원 없다"

입력 2016-06-30 17:40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대형 조선사 3곳 제외한 협력사 7800여곳만 지원
고용지원금 1인당 6만원…고용보험 미가입자도 실업급여
실직자 생활안정 핵심 대책·특별연장급여는 추후 검토


[ 백승현 기자 ]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파업을 결의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는 지원대상에서 뺐다.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자구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는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업종을 지정해 기업 경영과 실직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 제도가 생긴 뒤 처음으로 조선업이 지정됐다. 지정 기간은 1년(2016년 7월1일~2017년 6월30일)으로, 고용정책심의회 결정에 따라 1년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20만여명에 달하는 조선업종 관련 근로자 중 7800여개 기업의 13만8000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 3사에 속한 근로자 6만2000여명을 뺀 인원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대형 3사는 상대적으로 물량(일감)이 많이 남아있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있다”며 “자구계획과 관련한 인력조정 방안이 아직 당사자 간에 구체화하지 않아 고용조정이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3사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파업을 결의한 데 대한 압박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채권단의 자구 계획에 반대하며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지난 14일 노조원 85%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28일 파업을 결의했다. 이 장관은 “노사가 협력해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실직을 줄이고 경기 회복 후 재고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3사의 경영상황과 임금체계 개편 등 자구 노력을 지켜본 뒤 하반기에 추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특별연장급여 지원이 빠졌다는 점이다.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끝난 뒤 최장 60일간 기존 급여액의 70%를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실직자 생활안정 대책 중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이미 퇴직한 근로자의 67%가 9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예정이고,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조선업 이직자의 58%가 재취업해 평균 재취업률(36.2%)을 웃도는 점을 감안해 향후 1~2개월 내 특별연장급여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조정 △직업훈련비 지원 확대 ▷체불임금 체당금(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임금) 지급 △조선업 일자리 희망센터 개설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근로시간 단축 등을 활용해 휴업 조치를 하면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지정으로 중소기업 고용유지지원금은 휴업수당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대기업은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오른다. 지원한도액은 하루 기준 1인당 6만원이다.

‘물량팀’(외부 하도급업체) 등 사각지대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체당금 지급 기준을 완화(10인 미만→30인 미만 사업장)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근무 사실을 입증하면 실업급여를 소급해 지급한다. 정부는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 향후 1년간 75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